安, 문재인의 '단일화방식 논의과정 공개' 제안 사실상 거부(종합)

문 후보의 '남북 정상회담 1년 내 추진'과 관련해서는 "시기 정해서 할 건 아니라고 본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클럽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후보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았다. 2012.11.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figure>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20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데 대해 "협상 과정 중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게 꼭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두 후보가 지난 일요일 만나 협상팀에 (단일화 방식을) 일임하자고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안 후보는 "단일화의 과정은 양쪽 지지층의 동의와 축복 속에서 단일 후보가 선출되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해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조금 더 매끄럽게 과정들이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양측 캠프가 협상 과정이 언론에 공개된 데에 대해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안 후보는 또 "민주당 입당과 같은 극적인 반전 카드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구체적인 이후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당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안 후보는 "나는 단일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민분들의 지지를 모아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대선에서) 이기면 민주당은 당연히 내 국정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서 나의 지지기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안 후보가 문 후보와의 첫 회동에서 합의한 '국민연대' 문구와 관련한 생각들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대목이다.

만약 안 후보가 신당을 창당해 정당 지지기반을 만들더라도 민주당과의 연대는 지속적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 민주당과 함께 당을 가져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이날 다시 한 번 단일후보 선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안 후보는 "나는 (문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질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만약 그런 일이 있더라도 정치인으로 국민들의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최근 보수진영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를 '권력 나눠먹기를 위한 야합'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단일화를 비난하시는 분들은 어쩌면 단일화의 결과가 무섭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공통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렇지만 혼자서는 힘이 약할 때, 힘을 합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다"라며 "단순 야합인지 아니면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개헌에 대해서도 "우선은 개헌 이전에 해야하는 일 또는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최선을 다해 이뤄 민생을 해결해야 한다"며 "그 이후에 개헌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고 거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으면 (그때) 개헌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국회와 대통령이 일관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총선과 대선의 시기를 맞추는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 후보는 "대통령의 임기를 (1년 8개월 정도) 줄이는 문제는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1년 이내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문 후보의 입장과 관련해 안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을 시기를 정해서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회담으로 풀 수 있을 만한 내용이 있을 때 해야 한다. 시기를 못 박는 것은 대한민국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내실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대부분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했다. 하지만 패널로 참석한 이희정 한국일보 선임기자의 질문에는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기자는 안 후보의 문화 정책에 대해 "'좋은 말은 다 갖다가 나열한 듯하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전하며 "확실히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한 가지만 골라 달라"고 요청했다.

안 후보는 "정책을 만들 때는 항상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 분들이 섭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안 후보는 "여러 정책들이 있지만 문화예술인도 생활인인만큼 생활이 영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최고은 작가가 아사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기본권과 4대 보험으로 (예술인들이) 기본 생활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경제·여성·문화·미디어 분야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힌 안 후보는 끝으로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 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국민을 믿는다. 함께 꽃 피우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것인 동시에 새 정치를 열어갈 자신에게 지지를 보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사회는 김세용 MBC부국장이 맡았다. 패널로는 이희정 한국일보 선임기자, 지원선 세계일보 심의인권위원, 윤경호 매일경제 논설위원, 이상인 연합뉴스 정치에디터, 김상우 YTN 해설위원 등이 참여했다.

한편 안 후보는 토론 종료 이후 문 후보가 이날 "안 후보측 협상팀이 제시한 룰은 안 후보에게 유리한 룰"이라고 말 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토론장을 떠났다.

k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