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안정' 외친 최상목 권한대행, 택한 건 아슬아슬 '줄타기'
헌법재판관 '여야 추천 1명씩' 임명해 절충
'野 탄핵 열차' 막았으나 '與 반발' 수습 과제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을 두고 국정 안정을 염두에 두고 짜낸 절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에서 으름장을 놓고 있는 국무위원 '줄탄핵'을 끊어내고 권한대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정국 수습에 집중하려는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야당발 탄핵 열차는 멈춰 세웠더라도 여당에서는 최 권한대행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의도대로 정국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전에 예정됐던 정례 국무회의가 오후 4시 30분으로 늦춰지면서 내란·김건희 등 쌍특검법에 관한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예정된 수순으로 여겨졌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3차례 거부권으로 국회로 돌려보낸 바 있으며 내란 특검법 역시 기존 정부 기조로 미뤄볼 때 수용이 어렵다는 측면에서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은 예상하지 못한 깜짝 결정이었다.
최 권한대행은 모두발언 도중 "끝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 말씀드리겠다"며 "여야 간 합의에 접근한 정계선·조한창 후보는 즉시 임명하되 나머지 마은혁 후보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도 최 권한대행이 다음 달 1일 전에 처리해야 하는 쌍특검법에는 거부권을 행사해도, 별도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는 더 숙고한 뒤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일부 보도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일 때 최상목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설득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며 최 권한대행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정도였다.
특히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무회의가 열리기 약 2시간 전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 뜻을 명확히 나타냈던 터라 최 권한대행 결정에 여권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돼 난리인 상황인데 임명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여당 추천인 조 후보와 야당 추천인 정 후보를 1명씩 임명해 여야 간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야당에서는 마 후보까지 야당 몫이라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여당이 야당 2명 추천에 반발하고 있는 만큼 1명씩 임명하는 걸로 기계적 균형을 맞췄다는 것이다.
한 총리 탄핵소추에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가 결정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단은 2명이라도 임명해 추가 탄핵은 막자는 계산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도 더 이상 뭐라고 얘기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묘안을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3인이 아닌 2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반발했지만 탄핵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최 권한대행으로서는 12·3 비상계엄과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태 등 국정 수습이 시급한 것에 더해 국가신인도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급선무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문제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있는 여당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탄핵 협박에 굴복해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강해 최 권한대행이 정국 수습 과정에서 여당 도움을 받기가 껄끄러워진 상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명분은 여야 균형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줄타기를 한 셈"이라며 "헌법재판관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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