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4법 등 6개 법안 재의요구…20년 만에 '권한대행 거부권'(종합3보)
韓, 대행 맡은 지 닷새 만에 대통령 권한 행사
尹 정부 거부권 횟수 13차례·31개 법안으로 늘어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농업 4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관해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가격안정법·농업재해 대책법·농업재해 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지 닷새 만이다.
6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28일 강행 처리하며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됐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까지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제21대 국회였던 지난해 4월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정부는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 자세인지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어느 때보다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며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한 권한대행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관해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농업 관련 법안들도 △과도한 재정 부담 △시장가격 왜곡 △도덕적 해이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는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증언 감정법에 관해서는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한 권한대행이 6개 법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서 법안들은 다시 국회로 송부됐다.
행정부가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를 다시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재표결에서 부결되면 법안은 폐기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04년 고건 전 총리 후 20년 만이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사면법과 거창사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국무조정실장이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한 권한대행이었다.
한 권한대행이 법률안 재의요구에 나서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 횟수는 총 13차례, 31개 법안으로 늘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기 전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25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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