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오늘 메시지는 딱 2개…사과도 해명도 없어

"국회 일정 없다"…"체포 구금 지시 없었다" 입장 냈다 삭제
참모진 말 아끼며 내부 회의만…대국민 담화도 보류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KTV 캡쳐) 2024.12.3/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 모드가 길어지고 있다. 계엄 해제 사흘째인 6일에도 윤 대통령은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 없이 침묵을 지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며 탄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가운데, 대통령실은 여전히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공개 일정 없이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중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 대표와 회동 뒤 3차 대국민 담화를 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를 일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과 5일에도 계엄령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대국민 사과하는 담화를 검토하다가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 등과 회동에서 "야당의 폭거를 막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담화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할 경우,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말을 극도로 아끼는 모습이다. 계엄 해제 후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고위급 참모진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직서는 아직 보류 상태다. 참모진은 이날도 내부회의를 열어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으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행정관 등 실무진들도 한숨만 내쉴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7일 본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당 내 균열은 심화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비상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탄핵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의원총회에서도 한 대표는 "제 의견은 윤 대통령이 업무정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탄핵 반대'가 당론으로 정해졌지만, 친한계를 중심으로 탄핵안 표결에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8명 이상이 이탈하면 탄핵소추안은 가결 정족수를 넘긴다.

대통령실은 관련 소문이나 보도를 바로잡는 식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이날 여의도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회동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했다는 소문이나. 국회로 가던 중 야당의 반발에 차를 돌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오늘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공지했지만, 약 2분 만에 삭제하며 의혹을 키웠다. 곧이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폭로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홍 전 차장은 사표를 제출한 뒤 국회 정보위원장과 면담에서 "한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체포 대상자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제1공수특전여단의 최고지휘관 이상현 여단장(준장)도 증언에 나섰다. 그는 한 매체에 "실탄 500발은 지휘관 차에만 싣고 갔지만 불출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는 '공포탄만 소지하도록 했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설명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 이어지며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 16%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지율은 1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 당하기 직전(2016년 10월 4주차 17%, 11월 1주차 5%, 12월 9일 탄핵소추안 의결)과 유사한 흐름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11.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국회 관계자들이 몸싸음을 벌이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