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정국 핵으로…한동훈 직격에 당정 갈등 고조
한 '인적쇄신·활동중단·의혹규명' 요구…용산, 침묵 속 불쾌감
- 한상희 기자,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문제가 정국의 중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김 여사를 공개 비판하며 대통령실에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한 대표는 재·보선 다음 날인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에 대한 협조 등 세 가지를 주문했다. 그는 16분간 공개 발언을 하며 '쇄신'이란 단어를 11차례 언급하며 대통령실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 대표는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 여사와 관련한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것이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후에는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야당은 14가지 의혹을 담은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선거가 끝나자마자 여야간, 당정간 긴장이 차오르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에서 보수 텃밭을 모두 사수했지만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한 대표는 이른바 '김건희 라인'을 직접 언급하며 대통령의 인사까지 문제 삼았다.
이에 대통령실은 공개 대응을 자제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 대표의 발언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참모들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불쾌감이 감지된다. 보수세가 강한 정치적 텃밭에서 이겨놓고는, 마치 본인 역량으로 승리한 듯한 한 대표의 행보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결과는 국정 운영 방향성에 관한 평가를 받은 것이지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결과를 가지고 들떠서 얘기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정과제를 더 잘 관철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친한(한동훈)계는 이번 선거에 '한동훈 효과'가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이른바 '여당 내 야당 노선'을 명확하고 선명하게 표방했다"며 "전통적 당 지지층도 동요하고 이탈하고 침묵하는 분위기에서 한 대표의 자구책에 마음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예정돼 있어 이번 만남이 재·보선 이후 당정 관계를 재정립하는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커 독대 이후에도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야권과 언론의 '악마화 작업'의 희생양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람 인생을 그렇게 막 함부로 재단하고 함부로 몰아세우고 그런 식으로 마녀사냥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대신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직접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를 공식적으로 보좌할 제2부속실도 마무리 공사 중이다. 동시에 김 여사의 행보를 최대한 부각하지 않는 쪽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 측은 김 여사의 사과와 제2부속실 설치만으로 해결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기류다. 이로 인해 독대 이후에 오히려 양측의 관계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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