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최고 관계' 격상…경제·안보 우군 확보 총력

아세안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국내 기업 진출로 확보…중국 세력 확장 견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2024.10.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은 동남아 지역이 지닌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처음 관계를 맺었던 35년 전과 비교해 경제를 비롯한 각 부문에서 양측 간 교류가 대폭 확대됐으며 안보 측면에서도 아세안과 협력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대(對)아세안 외교에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11월 아세안 특화 협력 전략인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발표했다.

KASI는 윤 대통령이 한국 최초 독자 지역전략인 인도-태평양(인태) 전략하에서 수립한 첫 지역 정책으로 대아세안 외교를 우선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다.

이듬해 4월 윤 대통령은 8개 중점 추진과제를 비롯해 KASI를 이행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하는 성과를 올렸다.

취임 후 3년 연속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여한 끝에 아세안과 최고단계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

대통령실은 "대아세안 협력 모멘텀을 강화했다"며 "CSP 수립으로 실질·호혜적 파트너십 발전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전까지 아세안은 전체 11개 대화상대국 중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5개국과만 CSP를 수립했다.

한국은 1989년 아세안과 부분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35년, 201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지 14년 만에 이들 5국과 같은 반열에 오른 셈이다.

최고 관계 수립으로 전방위 협력 기반 마련

CSP 수립은 한-아세안 협력을 정치·안보와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핵심 축을 중심으로 대폭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당장 양측은 다음 달 최초로 국방장관회의를 대면으로 개최하기로 했으며, 내년에 한-아세안 싱크탱크 다이얼로그를 출범시켜 급변하는 통상 환경 대응에 관한 공조를 강화한다.

아울러 중국과 일본에 더해 한국까지 CSP를 수립하게 되면서 한중일 3국과 아세안 간 협력도 강화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게 됐다.

통계를 놓고 봐도 아세안과 협력이 새 단계로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35년 전만 해도 양측 간 교역은 82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기준으로는 1872억 달러로 23배 커졌다. 투자는 9200만 달러에서 74억 달러로 80배, 인적교류는 28만 명에서 1018만 명으로 37배 증가했다.

현재 아세안은 한국의 2대 교역 대상이자 2대 투자 대상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아울러 동남아 국가들이 경제 성장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프라 개발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 등 경제·산업 협력 수요가 커진 점도 협력 강화 배경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전 국빈으로 방문한 필리핀에서 해상교량 사업 등에 관한 한국 기업 참여 방안을 중점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세안 정상회의장에서도 동남아 10개국은 모두 한국에 디지털 전환 등에 관한 적극적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세안과 손잡아 남중국해 위협 중국 견제

동시에 아세안은 공급망 측면에서도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다.

한국 전체 물동량 가운데 4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과해 아세안 지역 정세 불안은 국내 경제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번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3개국 순방에서 반복해 남중국해상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나 중국은 군사적 움직임을 강화하며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넓히려고 하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안보적 이유에서 아세안과 손을 맞잡아야 할 전략적 필요성이 크다.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 개최뿐 아니라 한국이 이번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필리핀에서 진행되는 연합훈련에 한국군이 참여하는 등 국방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이 국빈으로 찾은 필리핀은 중국 견제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동남아 국가다.

윤 대통령은 물동량 기준 세계 2위 항만을 보유한 글로벌 물류 허브인 싱가포르와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과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공급망 확보에 매진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개별 국가와도 지속해서 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필리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내년을 목표로 라오스, 싱가포르와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는다는 계획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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