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들기 전 '윤한 독대' 잡음…해도 불편 안 해도 불편한 용산

한동훈, 지도부 초청 만찬 전 별도 독대 요청
대통령실 "상황 보겠다" 했지만 곤혹스러운 상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체코로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2024.9.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가운데 다가오는 한동훈 지도부 초청 만찬을 두고 독대 문제로 예상치 못한 잡음이 일고 있다.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며 해외 출장 중 챙기지 못한 각종 현안을 보고받았다.

체코 공식방문 일정을 끝내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별세에 애도를 표하는 한편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을 통해 다섯쌍둥이를 출산한 부부를 축하하는 편지를 보내며 하루를 보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4일 열릴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이후 2개월 만에 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당초 추석 민심을 점검하고 의료개혁 등 개혁 과제와 민생 현안을 논의하며 대통령실과 야당 간 소통을 강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독대' 이슈가 끼어들며 잡음이 생기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만찬 전 윤 대통령과 별도로 독대하는 시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에는 당대표뿐 아니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주요 당직자에 더해 대통령실에서는 3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하는 만큼 현안을 깊게 논의하기 위해서는 독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의정갈등을 풀기 위한 여야의정 4자 협의체가 의료계 불참으로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 점도 독대 요청 이유로 풀이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두고 한 대표와 정부는 시각 차이를 보이는 중이다. 한 대표는 4자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이미 입시가 시작돼 변동이 불가하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독대가 이뤄지면 한 대표는 이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독대 수용 여부에 관해 "상황을 좀 보겠다"고 했지만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다소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보도 자체가 둘 사이 불편한 관계를 암시하며 '윤한 갈등'을 떠올리게 했다.

아울러 독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으로서는 불통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된다.

여권 관계자는 "당대표가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면 되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연락도 못 하는 사이라고 광고하는 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독대 요청에 관해 지도부 어떤 분도 먼저 언론에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만찬 회동이 별다른 문제 없이 끝난다고 해도 향후 윤한 관계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문제에 관해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대목은 여전한 뇌관이다.

윤 대통령이 체코 방문을 끝내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할 당시 한 대표와 짧게 악수만 하고 지나친 것도 두 사람 간 껄끄러운 관계를 드러낸 장면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는 50초간 대화를 나눈 반면 한 대표는 악수만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