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고령·보수' 이탈 조짐…尹 콘크리트 지지층 '균열' 생기나
윤 지지율 20% '최저'…TK 57% "대통령 잘 못 하고 있다"
보수·고령층 20%p 이상 하락…"의료계 변화 끌어내야"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오르내릴 때마다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지지도 추락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임기 반환점이 돌지도 않아 나타난 '추세적 하락'이란 점에서 자칫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 탓으로 보인다. 여권은 무엇보다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70대 이상과 보수층, 대구·경북(TK)마저 이탈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9월 2주 지지율은 20%로, 올해 최고점을 찍었던 2월 5주·3월 1주에 견줘 19%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보다 50%p 높은 70%로, 10명 중 7명꼴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2022년 5월 정부 출범 후 가장 낮다.
'콘크리트'로 불리던 핵심 지지층의 이탈 조짐도 확연해졌다. 70대 이상의 긍정 평가는 37%로, 1주일 새 8%p 급락했다. 총선 직전(3월 4주)과 비교하면 5개월여 만에 28%p나 빠졌다. 보수층 지지율은 같은 기간 27%p 내려간 38%로 나타났다. 보수의 심장 TK 역시 35%로, 총선 직전보다 14%p 낮아졌다.
반면 부정 평가는 70대 이상은 48%, 보수층은 53%, TK에선 57%로 조사됐다. 핵심 지지층에서도 두 명 중 한 명꼴로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수도권이나 중도층이 아니라, TK·고령층·보수라는 확고한 지지 기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경우 국정 운영에 필수적인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치권에선 "지금이 마지막 분기점"이라며 "윤 대통령이 여기서 밀리면 남은 임기는 끝이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것 같다"고 분석이 나온다.
지지율 하락 배경에는 의료 개혁 이슈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 김건희 여사 이슈, 고물가·고금리 등 경제 문제 등 지난 4월 총선 패배 뒤 끊이지 않은 여권발 악재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 급격한 민심 이반은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응급실 위기,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기조 등이 맞물리면서 가속화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지율에 관해 "경기장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지율이 20%로 붕괴 상황에 몰리면서 더 이상 무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개혁은 물론 일상적인 국정 운영도 어려워질 수 있다. 192석 범야권이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탄핵론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의료 개혁 문제를 신속히 수습하고 당정 갈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잡는 것을 시작으로 국정동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표와 만찬을 체코 순방 이후 다시 잡기로 한 만큼, 빠르게 당 지도부와 만나 한 대표와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의료 개혁 문제를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2026년도 증원 문제나 전공의 사직 관련 수사 등 의료계 요구에 대해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의지를 낮은 자세로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성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며 "개혁 과정에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집단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설득하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정치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의료 개혁을 추진하려면 정무적인 선택을 통해 의료계와 타협하고 양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1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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