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두고 또 간극만 확인한 정부·의료계

대통령실, 의협 주장 전체 의료계 대변 아냐…의대 정원 조정 불가
"여당서 여야의정 구성하고 의료계 접촉…대통령실은 상의·조정"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초음파 진단 실습을 하고 있다.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지난 6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개혁을 논의하자는 정부와 여당의 제안에 대해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4.9.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한상희 기자 =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점을 찾나 했지만 결국 간극만 재확인하는 모습이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대통령실이 지난주 "의대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꽉 막힌 의정 갈등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의료계가 데이터 등 과학에 기반한 대안을 들고 오면 언제든 재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의 반복이지만, 여야의정 협의체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먼저 대화 테이블에 앉는 의료 단체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며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합리적인 의견을 내야 2000명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무조정실이 "의료계가 과학적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재논의한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한 것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의료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및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강경 카드로 대답하자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생긴 마당에 다시 증원 방침을 수정할 경우 의료계 뿐 아니라 입시 현장에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가 도대체 무엇이냐"면서 "의협은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여·야·정의 합리적인 단일 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각 대학이 숫자를 조정해 승인을 받는 절차에도 최소 한 달이 걸리는데,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하고 11월 수능을 보는데 가능한 얘기인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의협 회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계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의 공을 이제 정치권으로 넘기는 모습이다. 애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처음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꺼낸 만큼 국회에서 합의를 봐서 해결해 보라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의료계의 대화 테이블 참여를 위해서는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여당에서 구성하고, 의료계 접촉도 그쪽에서 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저희는 같이 상의하고 조율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야의정이라는 협의체를 제안했고, 여기에 의료계가 들어와서 얘기하는 것이 통일된 안"이라며 "정부도 나름대로 (의료계에) 여야의정에 들어오라고 연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