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지도부에 "엄마·아빠가 가족 앞에서 무슨 마이크를"

만찬 회동서 마이크 내려놓고 "가족끼리 편하게 얘기하자"
대통령실 "한 대표와는 20년 사이…마음에서 우러 나온 것"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당정을 '가족'에 빗대며 화합 분위기 조성을 주도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신임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가족끼리 무슨 마이크를 들고 말할 필요가 있나"라며 "편하게 얘기하자"고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오전 뉴스1 통화에서 말했다.

행사는 청사 앞 잔디마당 '파인그라스'에서 열렸다. 파인그라스는 소나무(pine)와 잔디(grass)가 있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붙인 이름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인사말을 위해 마이크를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을 할 때 "엄마, 아빠가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무슨 마이크를 들고 얘기를 하나"라며 준비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발언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을 이끄는 대통령과 여당을 이끄는 당대표뿐 아니라 용산 참모와 당 지도부는 가족과 같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인요한 최고위원은 "가족과도 같은 분위기"라며 윤 대통령에게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도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며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 할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단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단결된 힘'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등 한 대표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당시 당대표 후보들 간 내홍이 깊어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이 만찬 자리에서 거듭 당정이 하나가 돼 한 대표를 잘 도와줘야 한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아울러 윤 대통령으로서는 총선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대표와 세 차례에 걸쳐 마찰을 빚은 만큼 이른바 '윤-한 충돌' 재점화 우려를 잠재워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가족'을 얘기한 것은 주변에서 나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며 "대통령과 한 대표는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는 사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상견례를 마치며 의기투합했지만 두 사람 앞에는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이날 오후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과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돌려보냈던 방송법들이 "더 악화해 돌아왔다"고 보고,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단은 국회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볼 것"이라며 "재의요구를 했던 법안에 더 문제가 있는 조항이 추가돼 논란이 있는 법안"이라고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