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지도부에 "엄마·아빠가 가족 앞에서 무슨 마이크를"
만찬 회동서 마이크 내려놓고 "가족끼리 편하게 얘기하자"
대통령실 "한 대표와는 20년 사이…마음에서 우러 나온 것"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당정을 '가족'에 빗대며 화합 분위기 조성을 주도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신임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가족끼리 무슨 마이크를 들고 말할 필요가 있나"라며 "편하게 얘기하자"고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오전 뉴스1 통화에서 말했다.
행사는 청사 앞 잔디마당 '파인그라스'에서 열렸다. 파인그라스는 소나무(pine)와 잔디(grass)가 있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붙인 이름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인사말을 위해 마이크를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을 할 때 "엄마, 아빠가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무슨 마이크를 들고 얘기를 하나"라며 준비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발언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을 이끄는 대통령과 여당을 이끄는 당대표뿐 아니라 용산 참모와 당 지도부는 가족과 같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인요한 최고위원은 "가족과도 같은 분위기"라며 윤 대통령에게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도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며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 할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단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단결된 힘'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등 한 대표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당시 당대표 후보들 간 내홍이 깊어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이 만찬 자리에서 거듭 당정이 하나가 돼 한 대표를 잘 도와줘야 한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아울러 윤 대통령으로서는 총선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대표와 세 차례에 걸쳐 마찰을 빚은 만큼 이른바 '윤-한 충돌' 재점화 우려를 잠재워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가족'을 얘기한 것은 주변에서 나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며 "대통령과 한 대표는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는 사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상견례를 마치며 의기투합했지만 두 사람 앞에는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이날 오후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과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돌려보냈던 방송법들이 "더 악화해 돌아왔다"고 보고,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단은 국회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볼 것"이라며 "재의요구를 했던 법안에 더 문제가 있는 조항이 추가돼 논란이 있는 법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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