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정치화" 불쾌…김건희 수사 '검-검 갈등'서 용산 확산
대통령실 "검찰총장, 내부 일 공론화로 오히려 사태 악화"
한동훈 대표도 가세…"더 국민 눈높이 고려했어야"
- 한상희 기자,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검찰 소환 조사를 둘러싼 여진이 24일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검찰 간의 충돌 기류 속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까지 검찰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앞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비공개 대면으로 조사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조사 일정과 장소 등을 모르고 있다가 김 여사 조사가 끝날 즈음 수사팀으로부터 뒤늦게 보고를 받아 논란이 됐다.
이 총장은 지난 22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특혜와 성역이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소환 조사 방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이라 대통령실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데는 오는 26일 윤 대통령 탄핵 청원 2차 청문회를 앞두고 추가적으로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검찰총장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부글부글 들끓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총장을 향해 "쟁점이 되는 사안을 국민을 향해 말한 것은 정치적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 할 얘기를 외부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수사를 안 하고 시간 끌기만 하다가 이제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느냐"며 "검찰총장이 내부의 일로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먼저 중앙지검을 만나서 설명을 들어야지, 지휘라인에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격노하는 것 자체가 정치화된 것 아니냐"고도 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 총장이 저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한 대표도 가세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한 대표는 전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소환 방식에 대해 "검찰이 수사 원칙을 정하는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한 신임 대표의 발언에 말을 아끼면서도 속으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들어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 방식을 지적해놓고, 한동훈 특검법은 '억지 협박'이라며 받지 않겠다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권에서는 야당의 '황제 조사' 비판에 대해 "대통령실 경호법상 합당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현직 대통령 부인이 직접 대면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특혜라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는 이 총장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공론화해 오히려 사태만 악화시켰다는 시각이 많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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