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성역 없다' 원칙 안 지켜져"…대통령실 심기 불편

이원석 출근길 발언에 "수사 중 사안 언급 부적절"
제3 장소로 비공개 소환 '영부인 리스크' 증폭시켜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DB) 2023.3.6/뉴스1

(서울=뉴스1) 정지형 김정률 기자 = 대통령실은 22일 김건희 여사 검찰 조사와 관련해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것을 두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조사가 비공개로 제3의 장소에서 진행되면서 특혜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으며 '영부인 리스크'가 증폭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뉴스1과 한 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출근길에 김 여사 조사가 자신에게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채 진행된 점을 문제 삼으며 날 선 발언을 내놓은 뒤 나왔다.

대통령실이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은 용산이 검찰 수사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문제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수사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최소화해 왔다.

이 총장이 직접적으로 검찰총장 패싱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대통령실이 나설 경우 자칫 논란만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불쾌감도 감지된다.

도이치모터스 수사는 과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에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태라 소환 일정을 사전에 보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따로 입장을 낼 것도 없이 상황이 명백하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수사팀이 원칙에 따라 소환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총장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명품가방 수수 조사도 검찰 내에서 유동적으로 보고를 조정했다고 봐야지 검찰총장을 패싱했다고 하는 것은 극단적 표현"이라고 했다.

다만 이 총장이 직접 '특혜와 성역이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께 깊이 사과한다"고 말한 만큼 검찰 소환 조사가 영부인 리스크를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더 키우는 양상으로 흘러가게 됐다.

곧바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봐주기 수사'로 규정하며 특검 추진론을 재점화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예외, 특혜, 성역 없이 김 여사 의혹을 엄중하게, 엄정하게 특검 처리할 것을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다시 처리할 경우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체코 원전 수주로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려던 구상도 얼마 못 가 흔들리게 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통령실은 총사업비 25조 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 수주를 발판으로 하반기 국정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모습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현직 영부인이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 자체가 최초 사례고 대중적으로 노출됐을 때 훨씬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13시간 조사를 특혜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