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취업 100일' 경계선 지능 청년 격려…"속도 느려도 성실한 게 중요"
경계선 지능인으로 직원 구성된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 방문
"하반기 실태조사 시작으로 지원 정책 마련해 나갈 것"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전 직원이 경계선 지능 청년으로 구성된 식당을 찾아 "교육부, 고용노동부, 복지부 장관과 함께 여러분 걱정을 덜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을 찾아 "지난 3일 역사상 처음 사회부총리 주관으로 고용부, 복지부, 교육부 장관 세 분이 모여서 경계선에 있는 분들을 어떻게 교육 훈련 취업을 연계시킬까 논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년밥상문간은 2020년 설립된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전국에 총 5곳이 있다. 후원자들의 지원과 봉사자들의 참여로 운영되며, 청년과 서민들을 위해 김치찌개 단일메뉴를 1인분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40석 규모의 슬로우점은 4월1일 문을 열었으며 홀 서빙과 주방 보조 담당 직원 10명을 경계선 지능인으로 채용했다. 한 총리는 이날 이들의 취업 100일을 축하하며 조리복을 선물했다.
한 총리는 "많은 일자리에 있었고, 많은 사람과 같이 일했지만 모든 걸 빨리만 하는 사람이 잘하고, 사랑받고 인정받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정말 성실하게, 비록 조금 속도는 느리더라도 성실하게 일자리에 임하고 윗사람을 잘 모시고, 서비스를 받기 위해 오는 분들에 대해 잘 봉사하는 정신을 가진 분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청년들이 앞으로 200일, 300일, 1000일, 1만일, 장기간에 걸쳐서도 잘 적응하고 잘하리라 믿겠다"며 "정부도 최선을 다해 부모님, 복지사님들과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조합 이사장인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는 "처음에는 손님들에게 직원들이 조금 서투를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지금은 '느린 식당'을 감수하는 것을 넘어서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오는 단골도 많다"며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배우는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한번 맡은 바는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수행한다”면서 “처음 일을 시작한 청년 중 단 한 사람도 이탈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식당 한쪽 벽에는 경계선지능 청년의 자립을 응원하는 슬로우점 설립 취지 안내문이 걸려 있고, 가게 이곳저곳에는 경계선지능 청년을 향한 손님들의 응원 문구가 적힌 메모지가 붙어있다.
임예찬 홀매니저(25)는 "다른 회사에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만둔 경험이 있다"며 "이곳에서는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알려주고 서로 돕고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범 홀매니저(19)는 "취업에 번번이 실패해 평소 집에만 있었는데 일을 하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배우는 게 많다"며 "월급을 받고 난생처음 적금도 가입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이날 온 가족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감사함을 표했고, 가족들은 "대견하다" "장하다"고 말했다. 임 매니저 어머니는 "많은 청년이 사회적으로 인식개선이 됐으면 한다"며 "이들이 앞으로 부모가 부재한 상황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형편인데, 사회 교육과 더불어 모든 사회적 관심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100일 기념 음식 메뉴는 직원들이 직접 만든 김치찌개로, 한 총리가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했다. 가족들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남보다 조금 느린 사람도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올 하반기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생애주기에 따른 적절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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