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환자도 등 돌린 진료거부…"무제한 자유 불가" 3대요구안 일축
정부, 헌법·법률 근거로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거부…민심도 싸늘
대화 귀결은 '의대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재논의'…"진정성 있어야"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정부가 다음 주 일부 의사들이 예고한 집단 진료거부(집단 휴진)에 관해 "무제한 자유가 허용될 수 없다"며 이들의 3대 요구안을 거절했다.
환자마저 등 돌린 냉담한 여론에 '구상권 청구 검토' 등 의료계 재정 부담 강화 방침이 나오면서 집단행동에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일부 의사들이 집단 진료거부의 주요 명분으로 제기한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요구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시간을 거슬러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라는 말은 몇 번을 고심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부터 휴진을 예고하며 "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 취소와 의료 사태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요구해 왔으며, 이 목표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있다면 휴진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총리는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정부에 부여한 권한에 따라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에게 다른 직업에 없는 혜택을 보장하는 한편 일부 직업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국민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의사뿐만 아니라 철도, 수도, 전기, 항공, 운수사업 같은 다른 필수공익사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의사에게 모든 자유가 허용돼야 한다면 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조정, 해외의사면허 국내활동 허용도 마찬가지로 자유로워야 되는 것으로, 이런 갈등을 겪을 이유가 없다"며 "의업의 모든 영역에서의 무제한 자유가 허용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우리 헌법과 법률의 체계가 명확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공복리와 생명권, 의료법 등에 따라 일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도 연방 공중보건서비스법에 따라 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시행할 수 있고, 일본은 의사에 대해 의료 또는 보건지도에 관해 지시할 수 있도록 의사법이 있다.
특히 미국의사협회는 의료윤리 강령을 통해 "의사는 파업을 노동쟁의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모든 의사는 의대를 졸업할 때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제네바 선언문을 읽는다는 점에서 집단 진료거부에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에 따르면 의대 정원 증원을 이유로 집단행동을 벌인 주요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게다가 이미 정부가 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불이익이 없을 거라고 연달아 강조한 점, 각 대학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고 집단행동이 장기화해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란 점, 병원이 이를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란 점도 집단행동 명분을 없애는 요인이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가 18일 집단 진료거부를 앞두고 이날 의대정원 증원 재논의 등 3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한 것에 관해서도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 및 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 및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에 대해 이날 오후 11시까지 답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의 경우 이미 2025학년도 입시 모집요강 확정 등으로 원점 재검토나 재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란 점에서 대화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증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말만 한다"며 "정확하게 요구해 주면 정부에서도 깊이 있게 논의할 텐데, 진정성 있는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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