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대북 확성기'도 만지작…도발 악순환에 강경 대응

경고에도 '오물풍선·GPS 교란'…국민 불안 유발↑
당장 내일부터 절차 착수 가능성…"협박 안 통해"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6.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김정률 기자 = 대통령실이 한 차례 경고에도 북한이 오물풍선을 포함한 도발을 지속하자 북한 정권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북 확성기 재개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적대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해 도발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2일 오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규모 오물풍선과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이 감행한 복합도발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는 지난달 31일 정부가 예고한 대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조치에 대북 확성기 재개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대통령실은 오물풍선에 생화학 물질이 포함될 경우 국민 생명과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PS 교란 역시 선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대통령실이 이날 NSC 상임위를 소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이 북한 도발 문제로 NSC 상임위를 연 것은 지난해 1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6개월 만인데, 오물풍선과 GPS 교란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호진 안보실장은 "모두 다 지금 우리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이라며 "북한 측에 한 번 더 경고하고 (도발이) 반복될 경우 우리 대응 강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북한을 향해 한국 노래나 소식을 방송하는 장치로 접경지역 북한 군인과 주민에게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확성기 외에도 전단 살포, 전광판 설치 등도 유력한 방안으로 언급되는데 모두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고 주민 동요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당장 4일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의결하고 곧바로 대북 확성기 운영을 재개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대통령실도 당장 가능한 절차부터 하나씩 밟아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확정해 말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정부 대응을 빌미로 도발 명분을 강화하려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대남 도발로 대북 정책이 바뀌는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메시지도 깔려 있다.

지난 2020년 북한이 대북 전단에 반발해 지금과 같은 오물풍선으로 위협했고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으로 압박해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권이 남북관계 회복을 추진하면서 북한 측 요구에 유화적인 자세로 나섰고 결과적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 인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국민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어서 대북 정책을 바꾸라고 압력을 넣으려는 것 같다"며 "우리 정부한테는 이런 더러운 협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