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있는데, 尹 '저출생부' 신설…민주당 '찬성' 얻어야

정부조직법 개정 필요…민주당도 새 조직에 공감대
금투세 폐지 "협조 구하겠다" 했지만 실현 안갯속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포함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추진 의지를 나타낸 주요 정책은 야당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다수다.

법이 개정돼야 하는 탓에 야당이 응하지 않으면 남은 임기 3년간 첫발도 못 떼고 흐지부지될 수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저출생대응기획부는 이날 오전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설 계획이 확정됐다.

당초 대통령실은 기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부처로 격상하는 것에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을 장관급·비상근직에서 부총리급·상근직으로 격상한다고 했을 때도 '부총리급 예우'이지 부총리직을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보고를 준비하면서 저출생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꼽혔고 기존 저출산위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부총리급 부처 격상이 결정됐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라는 표현을 썼다.

실제로 조직이 만들어지면 현재 교육부 장관이 수행하고 있는 사회부총리 역할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으로 넘어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저출생이라는 것 자체가 특정 부처를 넘어선 문제가 됐다"며 "2005년 저출산위가 처음 만들어지고 20여 년을 운영 중인데 정책 실행력을 강화할 필요가 컸다"고 밝혔다.

외부 민간위원 위주로 구성된 위원회 특성상 각 부처와 협력이 매끄럽지 못했고 예산상 제약도 컸다는 설명이다.

저출산대응기획부가 만들어지면 사회부총리인 장관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사회 관련 부처를 통할하면서 저출생 대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관건은 지난 총선에서 192석 가져간 범야권 협조다.

새로 부처를 만들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저출생대응기획부는 출범도 못하고 폐기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한 사례는 국가보훈부와 재외동포청이 있다.

정부가 2022년 10월 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키고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설치하는 정부조직개정안을 발표했고, 관련 법안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에는 반대했지만 보훈부와 동포청 설치에는 찬성하면서 두 조직이 문을 열게 됐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야당에서도 저출생 해결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협조를 얻어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지난 총선에서 저출생 대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각각 '인구부'와 '인구위기 대응부' 신설을 약속했다.

고위 관계자는 "새 부처를 만드는 것은 양당이 공약한 사항으로 협치 차원에서 방향을 같이한다면 신설에 동의를 해줄 것"이라며 "조직 구성과 기능에 이견이 있다면 유연하게 협의하려고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는 야당 반대가 뚜렷해 실현이 미지수로 남아있다. 윤 대통령은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폐지하려고 하지만 야당에서는 부가 감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400만 개인투자자 이해가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에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국회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울러 재건축 규제와 징벌적 과세 완화 등 주거 정책에 관해서도 "국민과 국회를 잘 설득해 문제가 시장 정상화를 통해 풀려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