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숙제 안은 윤 대통령…'불통' 이미지 떨쳐낼까
소신·뚝심 강점이었지만 독선 부각 역효과도
R&D 예산에 역풍…김 여사 논란 때도 피하기만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총선 참패 후폭풍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쇄신 의사를 나타내면서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불통' 이미지를 벗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민심 이탈 원인 중 하나로 윤 대통령의 독선적인 이미지가 언급된다.
이른바 '굽히지 않는 소신'과 '뚝심'이 윤 대통령을 대표하는 강점이지만 동시에 대화와 타협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인식될 여지가 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022년 말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당시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으로 총파업을 조기에 매듭짓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대통령실은 민주노총에 맞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승리를 거뒀다며 윤 대통령의 원칙론을 부각했다.
이어 이듬해 3월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 꼬인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려고 나섰을 때도 일부 참모들까지 속도 조절론을 거론했으나 윤 대통령은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외면할 수 없다며 관계 회복을 추진했다.
결국 양국 셔틀외교 복원에 이어 한미일 3각 협력체계 구축 성과까지 올리면서 다시 한번 윤 대통령의 뚝심이 주목받는 사례가 됐다.
하지만 노조 기득권 카르텔 타파에서 출발한 뚝심이 과학기술계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과학기술계 카르텔 타파 기치를 올리며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성과도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것이 골자였지만 결과적으로 R&D 예산이 삭감되면서 신진 연구자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여권 관계자는 "방향성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국민을 설득하고 예산을 재조정하는 정제된 발언으로 나갔어야 했다"며 "카르텔이니까 삭감한다는 식은 옳고 그름을 떠나 고압적"이라고 했다.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을 두고도 여권에서는 정부 대응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결국에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까지 협의 여지를 열어두긴 했지만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무기로 상대를 과도하게 억누르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집무실 용산 이전과 맞물려 추진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중단되고 기자회견마저 취임 100일 때 말고는 열리지 않으면서 불통 이미지가 중첩됐다.
지난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윤 대통령이 방송 대담을 통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만 언급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회견 같은 경우 아무리 국정에 관한 중요한 언급이 있더라도 결국 언론에는 명품가방 논란만 전면에 실릴 것을 우려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불통 지적이 있을 때마다 민생토론회와 국무회의 모두발언이 생중계로 진행되는 점을 들며 어느 때보다도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에 매진하고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여론의 생각은 달랐다.
여권 관계자는 "남은 3년 동안은 정책 방향 측면에서는 큰 변화를 주지 않더라도 태도를 '로우 키'(low-key) 쪽으로 가도록 정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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