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부담에 한 걸음 물러난 尹…'의대 2000명' 변경 여지 열어놔
대국민 담화로 의료개혁 의지 강조하되 대화 여지
"집단행동 아닌 확실한 근거로 통일안 제시하라"
- 정지형 기자, 나연준 기자,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나연준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까지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하면서 장기화하고 있는 의료계 집단행동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대국민 담화를 했다.
참모들에 따르면 담화가 본격적으로 검토된 것은 지난주부터다. 윤 대통령이 거듭 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뒤에도 의료계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 추진에 관한 대통령 생각을 직접 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유연한 대처를 주문하며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한 총리가 서울 빅5 병원장을 비롯해 의료계 주요 단체 및 인사들과 접촉했으나 협의체는 만들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는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극소수 참모들만 정보를 공유한 상태로 극비리에 계획된 담화는 전날 오후 늦게서야 확정된 뒤 언론에 공지됐다.
윤 대통령은 51분에 걸친 대국민 담화를 읽어나가면서 2000명 증원 결정 근거와 함께 의료개혁 추진 필요성을 소상히 설명했다.특히 윤 대통령은 불법적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압박하면서도 핵심 쟁점 사항이던 2000명 증원에 변동 가능성을 열어놨다.
윤 대통령은 "정부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라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현장 이탈을 포함해 불법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료계가 중지를 모아 과학적이고 합당한 의대 증원 계획을 가져온다면 정부가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의료계에서는 350명, 500명, 1000명 증원뿐 아니라 500명, 1000명 감축 등 갖가지 주장이 분출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의료계가 어떤 안을 가져오는지에 따라 증원 규모가 2000명보다 줄어들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에 이어 의대 증원 규모에서도 한 걸음 물러선 것은 총선을 불과 아흐레 앞두고 '원칙론'만 고수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말 사이 여당에서는 증원 규모 숫자를 고집하지 말고 의료계와 유연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임기 중후반 국정운영이 총선 결과에 달린 윤 대통령으로서도 의료계 반발을 잠재울 필요가 컸을 것이라는 풀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추진에 확고한 의사도 동시에 나타내 마냥 쉽게 물러서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규모"라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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