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의대정원·늘봄학교' 앞두고 정치력 시험대

드라이브 걸었지만 의료·교육계 반발 큰 정책들
충분히 소통하되 불가피할 경우 '정면돌파'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이 의대 정원 확대와 늘봄학교 시행을 앞두고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행동하는 정부'를 표방하며 주요 민생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두 사안 모두 주요 이해관계자 사이에 반발이 커 험로가 예상된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배정 방안을 발표한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규모는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와 협의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회 등에서 관련 논의를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며 "머지않은 시일 내에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설 전에 발표될 것으로 예측되며 증원 규모는 1000명 이상 네 자릿수가 유력하다. 2000명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부터 3058명으로 고정됐는데 지방을 중심으로 의료진 부족 등 의료 체계 붕괴 현상이 심화하면서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됐다.

의사 수 확충은 과거 정부에서도 시도됐으나 의사협회 등에서 반발이 워낙 심해 무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10년간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의대생 국가고시 거부, 전공의 파업 등에 더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매듭을 짓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가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무너지는 지방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서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을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 본질적 기능을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올해 1학기부터 초등학교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늘봄학교도 마찬가지로 일선 학교에서 구성원 간 견해 차이가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에 속한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늘봄학교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외 종합 교육프로그램을 최장 오후 8시까지 제공하는 정책이다.

대통령실은 자녀 돌봄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늘봄학교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입장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원,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돌봄전담사, 업무 부담 확대를 우려하는 교육공무원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디데이'(D-day)가 다가오면서 전공의 단체가 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교육계에서도 교육청 노조가 반발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해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말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흘러나온다.

다만 당시 윤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 결국 화물연대를 굴복시키며 오히려 국민적 지지를 얻은 것처럼 이번에도 정면돌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의대 정원 확대와 늘봄학교는 국민적 지지와 학부모 사이에 요구가 커 윤 대통령으로서는 저항이 크더라도 정책을 밀고 나갈 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우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고 설득하며 절충점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이관섭 비서실장이 전날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늘봄학교 현장 점검을 하고 간담회를 연 것도 충분한 소통으로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 길을 안 걸을 수는 없다"며 "청취할 얘기가 있으면 듣되 행동하는 정부가 되려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