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물 경험 언급 尹, 80분 주택 토론…시민 "재건축 대못 뽑아달라"
1기신도시 일산 찾아 노후주택·주택공급 해결 약속
검사 때 얘기하며 "녹물만 없었어도 사표 안 냈다"
- 정지형 기자, 김예원 기자,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김예원 노선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각계각층 시민들과 마주 앉아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시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80분간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4일 첫 민생토론회 때와는 다르게 이번 행사는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과 함께하는'이라는 취지에 맞게 많은 국민이 보실 수 있도록 생중계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 타이'로 회색 목폴라티에 검정 재킷과 정장 바지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노후주택 재건축 요건 완화, 신속한 재개발·건축 착수 등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특정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한 것은 이번 주택이 첫 번째"라며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라고 하자 참석자 사이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시민 참석자는 주택 재개발이나 주거와 관련한 각종 불편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털어놨다.
대전 서구 한 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노후·불량 시설로 여러 불편과 불안 가운데 살고 있다"며 "재건축에 장애가 되는 대못을 뽑아달라"고 했다.
경기 군포시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다른 참석자는 "모든 신도시 단지가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안은 곪았다"며 "누수와 균열, 구조물 낙하에 비상시 긴급 차량이 들어올 수도 없는 아주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참석자는 "젊은이들이 안정된 주거 환경에서 애를 낳고 기를 수 있는 빠른 신도시 정비를 기대한다"며 "모든 결단을 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님의 어퍼컷"이라고 해 주위에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온 시민은 "소규모 정비가 필요한 곳에도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화곡본동에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로 재직할 당시 겪었던 일을 회상하며 시민들과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아까 대전 둔산지구에서 오셨다고 했는데 살고 계시는 아파트 옆에 있는 관사에서도 지내봤다"며 "얼마나 불편한지 청소를 맡겨 다섯 차례나 했는데도 냄새가 안 가셔 향을 뿌리고 지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도 그렇고, 부산도 그렇고 저도 살아봤기 때문에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 생활을 잠시 접고 변호사를 1년 하다가 다시 복직했는데 관사에 녹물만 심하지 않았어도 사표 안 내고 계속 근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발언권을 줬다.
신혼부부라고 밝힌 한 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한 공공분양주택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정책이나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사무관이나 주무관이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에 국토부 사무관이 "저도 30대 공무원이기도 하고 어린 두 아이 엄마이기도 하다"며 신혼부부 청약 요건 개선 계획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질문에 나선 시민이 "조금 떨어도 이해해달라, 밤새 연습했는데 다 못 외웠다"고 하자 "앉아서 편안하게 하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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