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세 2년마다 정신건강 검진…10년 내 자살률 50% 감축

5년간 예산 7800억원 투입…국민 100만명 심리상담 지원
예방에서 회복까지 全단계 관리…'사법입원제' 논의 시작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2023.1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전국민 정신건강의 전(全)주기를 관리한다. 당장 내년부터 8만명을 시작으로 5년간 10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지금까지 우울증에 한해 20~70세가 10년마다 한번씩 받아왔던 정신건강검진이 20~34세를 대상으로 2년마다 시행된다. 이를 통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검진 기관에서 병원에 알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후 관리 서비스도 받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5일 발표했다. 올 들어 묻지마 흉기 난동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부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살피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인지했고, 즉각 전담 TF를 구성해 올 연말 발표를 목표로 생애주기별로 전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하는 방안을 담은 대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혁신방안의 핵심은 전국민의 정신건강을 예방부터 회복까지 국가가 사서서 책임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5개년 계획에 7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혁신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10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내년 중·고위험군 8만명을 시작으로 2027년 50만명까지, 윤 대통령 임기 내 총 100만명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심리상담은 1인당 60분, 총 8회에 걸쳐 진행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고위험군은 약 160만명이다. 복지부는 이 중 5%인 8만명 정도가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받아야할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서·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정신질환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목적으로,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IAPT(근거기반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와 이를 도입한 노르웨이의 사례들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영국의 IAPT는 의료인이 아닌 훈련 받은 전문가가 약물 치료 없이 전문 심리 인력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약물 처방이나 의료 서비스 등이 필요할 때는 치료를 권고하고 연계시키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 복지부는 카카오톡, 네이버에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을 연계해 우울증, 불안장애, 조울증 등 19종의 자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10년 내 자살률 50% 감축을 목표로 자살 예방 교육을 의무화한다. 현재 우리나라 지난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복지부는 이를 10년 안에 OECD 평균 수준인 10.6명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교육은 내년 7월부터 총 1600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학생, 직장인 등 일반국민에게는 자살예방인식개선 교육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서비스 제공자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받게 된다.

또 현재 자살예방상담(1393), 정신건강상담(1577-0199), 청소년상담(1388) 등으로 나뉘어 있는 상담 번호를 109로 통합하고, SNS 상담 서비스도 도입한다. 이를 위해 상담원을 80명에서 100명으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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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20~34세 청년은 2년마다 정신건강 검진을 받게 된다. 검진 주기는 2년, 검사 질환은 우울증, 조울증 등이다. 이상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등과 연계해 사후 관리까지 책임진다.

현재는 20~70세가 10년 주기로 우울증 질환에 한해 검진을 받고, 사후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현병이나 우울증, 조울증 등은 20~30대에 발병한다"며 "이런 것들을 고려해 청년층에게 우선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시행 성과를 보고 다른 연령층에까지 확대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 상담이나 진료 이력으로 보험 가입에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 가입 문제는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완화하려 한다"면서 "정신질환자 특화 일자리는 일단 등록한 정신장애인이 대상이 되는데, 미등록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도 고용부와 협의해 좀 더 적합 직종을 개발하고 취업 적응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심리지원도 강화한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부는 이 성과는 '(전문)대학기관 평가인증'에도 반영한다.

직장인의 정신건강 관리도 지원한다. 고용부는 근로자 건강센터와 근로복지넷을 통한 전문 상담지원을 확대한다.

또 중대산업재해 경험자·감정 노동자를 위한 직업트라우마센터도 14개소에서 내년까지 23개소로 늘린다.

실직자·구직자에게 진로, 취업불안 등 스트레스 극복 심리상담도 제공한다. 이는 전국 74개 고용센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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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또 경찰청과 손잡고 중증 정신질환자가 발생했을 때 24시간 정신응급 현장에 출동 가능하도록 전국 17개 시·도에 정신건강전문요원-경찰관 합동대응센터를 설치한다.

외상이나 질환이 있는 정신응급 환자를 위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도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고, 현재 139병상뿐인 정신응급병상을 시군구당 최소 1병상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 상급종합병원 폐쇄병동 수가도 내년 1월부터 95% 인상한다. 이에 따라 현재 2만3670원인 집중관리료가 4만7030원으로, 격리보호료가 5만9520원에서 11만8260원으로 오른다.

그동안 '묻지마 범죄' 관련 대책으로 논의돼 왔던 사법입원제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법입원제는 현재 범정부적으로 TF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며 "제도화 단계 시점까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고, 사회적 논의를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증 정신질환자 수가, 작업 및 오락요법 등 치료 수가 급여기준 등도 개선한다.

퇴원을 해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시범수가를 정규 수가화하고, 비교적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던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본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또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시·군·구청장이 자·타해 위험 환자 외래치료지원을 결정하고, 환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입원시키는 '외래치료지원제'를 활성화한다.

특히 자·타해 행동이 있었던 퇴원환자는 필요시 본인 동의가 없어도 의료기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연계해 정보를 공유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절차와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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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 추진 기반도 마련한다.

정부는 먼저 대학 동아리, 정신질환자 당사자 홍보대사 등을 활용해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등의 편견을 해소하고, '언론보도 권고기준' 및 모니터링 체계 등을 마련해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언론 보도를 최소화한다.

또 대통령 직속으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추진 체계를 정비하고, 장기·복합과제를 논의 등을 할 방침이다.

더불어 정신재활시설 설치 현황, 정신건강 증진사업 추진 현황 등을 반영한 '지역 정신건강 지표'를 개발해 평가한다.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해 현재 19만4000명인 정신건강전문요원을 2027년까지 22만8000명으로 단계적 양성한다.

또 현재 전문요원 한 명 당 관리해야 할 정신질환자를 22명으로 줄이고(현재 25명), 3호봉 기준 연 3800만원인 인건비도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근속을 위해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현장에서는 많은 분들이 하고 있다"며 "목표치는 없지만 연봉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기 위해 예산 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정신질환자도 제대로 치료받고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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