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사고방식 바꿔야 국가 R&D 문제 풀려"(종합2보)
대통령실서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과 간담회
"R&D 개혁해 세계적 과학기술 허브 돼야" 강조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경제 성장을 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 전략을 내세우며 국가 연구개발(R&D) 재정 혁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영국 국빈 방문을 언급하면서 "국가 R&D 재정은 민간과 시장에서 투자하거나 도전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도전적인 차세대 기술에 중점적으로 지원되고, 글로벌 공동연구와 인적 교류를 확대해 미래세대의 역량을 키워 나가는 데에도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빈 방문 당시 영국왕립학회(Royal Society)에서 열린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포럼에 참석했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가 R&D 체계도 이런 방향에 맞춰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투자해 미래 성장과 번영을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R&D 체계를 개혁하고 규제를 혁파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과학기술 R&D의 인적·물적 허브(중심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시에 연구가 지원될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간소화하고 예산 집행을 유연하게 하고, 연구에 필요한 장비가 신속히 조달될 수 있도록 조달 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세계 연구자들이 한국 연구자들과 연구하고 싶고, 한국에 와서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나라를 글로벌 과학기술 허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우일 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및 민간위원 20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지난 1년 제1기 위원 활동을 살펴보고 새로 구성되는 2기 위원들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을 포함해 김준범 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 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장 등 2기 위원 6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R&D 혁신 방향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이 부의장은 "대통령께서 R&D 혁신을 위해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정책 결정을 했다"며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R&D 시스템을 돌아보고 선진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셨는데 이제 경제 대통령, 외교 대통령보다 '과학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준범 교수는 "매년 부처에 할당되는 예산의 일정 부분은 부처 간 칸막이 없이 국가 과학기술 전략에 따라 배분·조정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은 "결국 중요한 과제는 미국, 유럽과의 시간 싸움"이라며 "과학기술 분야 예타 대상을 대폭 제외하고 절차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과학기술자문회의가 현행 R&D 시스템을 둘러싼 문제점을 여러 번 지적했지만 기존 이익집단 반대로 개선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야 회계연도 문제, 부처 칸막이, 과학기술 출연 연구기관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 문제 등 여러 제도적 문제점이 풀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영국왕립학회 행사에 참석했던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부총장도 민간위원으로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 부총장을 보고 "그때 왕립학회 회원이신 걸 진작 알았다면 경제수석이라도 빼고 (찰스 3세 국왕 만찬에) 교수님을 넣어야 되는 건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시 국왕 주최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참모진을 빼고 김빛내리 교수 등 한국인 과학자 3명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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