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첫 국빈' 윤 대통령, 한영 수교 140년 새 지평 열었다

'예포41발·황금마차·아리랑' 최고 예우…찰스 3세 직접 국빈 환대
'다우닝가 합의' 채택…FTA 개선 협상 및 AI·원전 협력 지평 확대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찰스 3세 국왕 부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런던·서울=뉴스1) 나연준 최동현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찰스 3세 영국 국왕 즉위 후 첫 국빈으로 영국을 3박4일 간 방문했다. 찰스 3세 국왕의 극진한 환대 속에 윤 대통령은 피로 맺어진 양국 관계를 국제관계, 산업 등 다방면에서 강화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영국에서 국빈 공식 일정, 의회 연설, 리시 수낵 총리와의 정상회담, 한영 비즈니스 포럼 등 경제행사 등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은 최고의 예우 속에서 진행됐다. 21일 윤 대통령 부부는 숙소로 마중 나온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함께 공식 환영식이 열리는 호스 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찰스 3세 국왕, 커밀라 왕비 등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최고 존경의 의미를 담은 예포 41발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왕실 근위대의 사열을 받았고, 사열을 받는 동안 호스 가즈 광장에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사열 후 윤 대통령과 찰스 3세는 황금색 마차를 타고 태극기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교차로 게양된 '더 몰'(The Mall) 대로를 통해 버킹엄궁까지 행진했다. 이후 버킹엄궁에서 윤 대통령 부부는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하는 환영 오찬에 참석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에 도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같은 날 진행된 국빈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은 각각 셰익스피어와 윤동주의 시를 인용하며 상대국을 예우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를 마치면서 "영국, 내 아름다운 친구여, 그대는 영원히 늙지 않으리라"(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는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04(To me, fair friend, you never can be old)에 영국을 추가한 것이다.

찰스 3세는 앞선 만찬사에서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환대하며 윤동주의 '바람이 불어'의 문구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를 인용하며 "한국이 격변 속에서도 자아를 지킨 것은 윤동주 시인이 광복 전날 사망하면서도 이처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2일에는 런던금융특구 시장이 주최하는 만찬에도 참석했다. 영국의 금융 중심지에서 개최된 만찬은 이번 국빈 방문 계기에 도출된 여러 경제적 성과를 종합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후 국빈 방문 중인 영국 런던에서 의회를 방문해 영어 연설을 하고 있다. 2023.11.22/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형 기자

◇한영 미래 핵심파트너…FTA 개선 협상 개시·양국 간 MOU 37건

찰스 3세 국왕의 환대 속에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의 산실로 불리는 영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했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한영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의회에서 실시한 영어 연설을 통해 한국과 영국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되짚으며 양국이 국제관계, 산업 등 다방면에서 주요 파트너가 될 것임을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2일 수낵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에 걸맞은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제시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했다. 다우닝가 합의에는 △국방·안보 △ 과학기술과 무역 투자 △지속가능미래 등 협력 분야를 총망라해 양국관계의 새로운 청사진과 나침반이 종합적으로 담겼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총리 관저에서 열린 리시 수낵 총리와의 한·영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11.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양국은 안보 분야에서 외교·국방장관급 2+2 회의를 신설하고, 양국 군대의 합동 훈련 및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을 통한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선다. 방산 공동수출 MOU도 체결해 방산 협력도 끌어올린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영 FTA 개선 협상 시작, 양국 경제금융 대화체 신설, 정부 간 투자협력 채널 구축 등이 담겼다.

2020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양국 간 무역 관계를 규율할 규범 체계의 필요성이 부상했고, 양국은 신시장 창출을 위해 이번 개선 협상에서 시장 접근 개선, 디지털 통상 규범 정립, 공급망 협력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금융 프레임워크를 통해 우리 금융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정부 간 지원 시스템 구축으로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양국은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체결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 반도체와 인공지능, 사이버 보안 협력 촉진, 우주 협력 MOU 체결과, 디지털·바이오 분야 등의 연구 개발 협력도 촉진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전 협력, 무탄소 에너지 구상에 대한 지지, 청정 에너지 파트너십과 해상풍력 MOU가 체결됐다. 양국은 영화와 TV, 음악, 게임 등 문화 영역에서 교류를 활성화하고, 청년 교류 기회를 넓히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