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영어 PT·릴레이 회담…뛰어다닌 윤 대통령[부산EXPO 결정 D-31]
취임 직후부터 '총력'…유치전 전면에 나서
각국 정상 만나 빼먹지 않고 부산 지지 호소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심혈을 기울인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의 운명을 가를 날이 28일로 한 달을 남겨두게 됐다.
엑스포 개최지는 다음 달 28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에서 182개(10월27일 기준) 회원국 투표로 정해진다.
부산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 도약 계기 될 것…총력 기울여 달라"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국정과제로 채택한 부산엑스포 유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산엑스포는 '부·울·경' 지역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도약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달라"며 총성을 울렸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20여일 만에 처음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전략회의를 부산에서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전담하는 미래전략기획관과 산하에 미래정책비서관실을 두고 모든 정책적 역량을 총결집했다.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을 필두로 김윤일 미래정책비서관과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부산시에서 파견된 행정관들이 각국을 돌아다니며 유치전을 펼쳤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부산엑스포 알리기에 앞장섰다.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부산엑스포 홍보와 결합해 일정을 짰으며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지지를 호소하는 일을 빼먹지 않았다.
김 여사는 순방 때마다 가방에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 열쇠고리를 달고 다녔다.
◇'부산은 준비됐다'
윤 대통령은 해외에서 부산엑스포의 비전을 알리며 한 표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한국은 부산엑스포를 유치해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발발로 70여년 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국제사회의 도움에 보답할 때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각국의 수요에 기반한 맞춤형 국제 협력 프로그램인 '부산 이니셔티브'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후위기, 개발격차 등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월 BIE 실사단이 방한했을 때도 윤 대통령은 극진한 환대로 손님을 맞으며 엑스포 유치를 열망하는 국민적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에서 안내견 새롬이까지 대동하며 실사단을 환영하는 한편, 실사 일정이 마무리되는 날에도 부산에서 실사단을 만나 부산의 유치 역량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엑스포에 얼마나 큰 열망을 가지고 추진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며 "실사단이 매우 만족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영어로 직접 PT하며 지지 호소
윤 대통령은 지난 6월에는 직접 파리로 출동해 BIE 총회 제4차 프레젠테이션(PT)에 참여했다.
'강남스타일' 싸이, 걸그룹 에스파 소속 카리나, 성악가 조수미 등에 이어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윤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하며 엑스포 유치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부산엑스포가 '기여 엑스포', '문화 엑스포', '미래 엑스포'가 될 것이라며 BIE 회원국 대표들에게 보다 선명한 그림을 제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시 파리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공식 리셉션에서 일일이 회원국 대표단들과 한 사람씩 만나 지지를 당부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설득에 나선 것이 각국 BIE 대표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릴레이 양자회담'으로 맞춤형 설득
올해 하반기로 들어와서는 국제회의를 계기로 각국 정상이 한곳에 모이는 점을 활용해 릴레이 양자회담을 통한 1대 1 맞춤형 유치전을 수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인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20여개국과 양자회담을 하고 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아울러 같은 달 유엔(UN) 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는 47개국 정상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총회 연설에서도 전 세계 지도자를 향해 엑스포를 각인시키려고 노력했다.
엑스포 개최지 결정은 BIE 회원국이 모두 동일하게 1표를 행사하는 터라 윤 대통령은 인구 3만3000명에 불과한 소국 산마리노와도 만나 공을 들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가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르게 준비해야 했다"며 "엑스포를 한 번도 동일하게 설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마지막 순간까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이제는 국가별로 '디테일'이 중요해진 만큼 세부적인 측면에서 한 표를 가져올 수 있는 국가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도 파리 현지에 파견된 태스크포스(TF)팀이 물밑에서 각국 BIE 대표단을 상대로 유치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최종 결정 때까지 각 시도가 역량을 모아달라"며 엑스포 유치를 강조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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