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보선 패배에 영점 조절…이념색 빼고 '개혁'

보선 뒤 '변화' 주문…국정운영 기조 조정 전망
민생·경제 챙기고 의대 정원으로 '개혁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남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을 지켜보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0.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변화'를 주문하면서 국정운영 기조에도 미세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자유민주주의 등 이념을 강조한 것에서 한발 물러나는 동시에 경제와 민생을 포함한 개혁 과제로 무게 중심을 옮겨 민심을 받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안팎에서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단 한 곳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 보선인 만큼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하지만 모든 선거에는 민심이 담겨 있는 만큼 결과를 허투루 넘길 수는 없다는 인식에서다.

윤 대통령도 전날(13일) 일부 참모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국민의힘에 전달됐지만 대통령실 참모들을 향한 주문으로도 읽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선은 다음 총선 전까지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잣대)였다"며 "대통령실 내부를 향한 당부 말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당 차원에서 미래비전특별위원회 발족,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구성 등 여러 쇄신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용산에서도 민심을 돌릴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한 시기다.

우선은 중도층에 반감을 줄 수 있는 '이념 행보'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대외 메시지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 달 사이에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 국군의날 기념식 및 시가행진, 전방부대 방문, 재향군인회 창설 기념식 등 안보에 초점을 맞춘 공개일정을 수행해 왔다.

특히 이러한 자리에서 '공산세력' '반국가세력' '가짜평화론' 등 이념색이 짙은 발언이 부각된 점도 민심 이탈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나온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당장 민생 현안과는 동떨어진 얘기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보선 결과가 나온 뒤인 지난 12일 장진호전투 기념식에는 이념색을 한껏 뺀 기념사를 낭독하면서 변화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동시에 대통령실은 국정과제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관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성과를 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삶의 팍팍함에 공감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더 많이 발굴하고 집행해야 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나타낼 조짐이 커지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화하는 것도 윤 대통령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다.

한편에선 윤 대통령이 과거 지지를 얻었던 각종 사례를 되짚어 볼 때 개혁을 다시 전면에 내세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에 단호히 대응하며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했을 때와 이후 민간단체 보조금 전면 손질에 나선 것처럼 '결국에는 개혁'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18년째 제자리걸음인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다시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과 무너지는 지방의료 체계 등 국민 건강과 밀접한 사안을 의사 집단의 오랜 반발을 무릅쓰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해결사'로서의 윤 대통령 모습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담스러운 과제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가 해야 한다는 원론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