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사 이어 美 감청 의혹…尹 방미 앞두고 잇단 논란
"美와 필요한 협의 예정…우크라 입장 동일"
김성한-이문희 논의까지 유출…감청 파장
- 정지형 기자, 노민호 기자,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노민호 이유진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정부 외교·안보라인 고위 당국자를 감청한 정황이 흘러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미국 측과 협의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9일 오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정부를 감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뒤 대통령실에서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새 안보실장으로 임명된 조 실장은 직전까지 주미대사를 지낸 인물이다.
앞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으로 전날(8일) 미 국방부 기밀 문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다량으로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일부 유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한 살상 무기 지원 논의와 관련해 CIA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을 감청한 정황이 담겼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신) 보도를 잘 알고 있다"며 "제기된 문제에 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에 항의를 하거나 진상 파악을 위한 설명을 요청했는지 묻는 말에는 "전례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 번 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현재로서는 한미동맹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과거 한국이 미국에게 감청당한 전례와 미국 정부가 유럽 정치인을 감청했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응한 사례 등을 살펴보고 향후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도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신뢰는 굳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문건 중에는 한국 고위 당국자 간 논의 내용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이날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사이에 오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 논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한국이 현재까지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온 가운데 관련 논의가 유출돼 한국으로서는 곤혹스러워진 셈이다.
NYT는 유출 문서를 인용해 김 전 실장이 미국이 최종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폴란드에 155㎜ 포탄 33만발을 판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살상 무기 직접 지원 원칙은 어기지 않으면서 미국 측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안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내부 논의 사항은 아직 보도가 되고 있지만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며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우리 정부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살상 무기 직접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 신뢰는 굳건하다고 재확인했지만 당장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감청 의혹이 불거져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가 어수선해진 상황이다.
특히 이번 방미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인 만큼 도청 관련 논란이 방미 중에도 따라다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성한 전 실장과 이문희 전 비서관이 윤 대통령 방미 일정 조율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터라 이번 감청 의혹은 윤 대통령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미 상·하원 합동연설 직접 초청을 두고도 이례적인 경우라며 국빈 방미에 의미를 부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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