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엿볼 수 있는 대통령의 '졸업 축사'…역대 사례를 보니

5개 사관학교 찍은 文…朴, 경찰대서 '법과 원칙'
KAIST도 단골 장소…MB·盧, 나란히 과학기술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2월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취임 후 첫 대학 학위수여식 축사를 했다.

연세대는 윤 대통령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교편을 잡은 학교이자, 서울대 법대 동문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함께 연세대 도서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한 인연이 있는 학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청년 세대를 위해 노동·교육·연금 등 3개 개혁과제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국내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3대 개혁과제가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임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추진 의사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선택한 셈이다.

학위수여식은 역대 대통령들이 국정철학을 알리거나 주요 정책 방향을 강조하는 자리로 활용됐다. 당시 시대상을 나타내는 대학을 대통령이 방문해 관련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군간호사관학교 졸업식 및 임관식에 참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간호장교들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방역에 매진한 점을 되짚는 한편, 방역 활동에 투입된 군 의료인력을 격려하기 위해 간호사관학교를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축사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의 땀을 쏟아낸 간호장교들을 봤다"며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을 방문해 건국 이래 처음으로 5개 사관학교 졸업식을 모두 찾은 첫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21년 3월5일 오후 대전광역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1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2021.3.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그는 임기 초반인 2018년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며 이공계 인재 지원과 국가균형발전 의지를 나타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2019년에는 독립운동가이자 기업인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대학교 졸업식에 방문해 기술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문대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1년 충청대학 졸업식 참석에 이어 두 번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경찰대 제30기 졸업·임용식에 참석해 '법과 원칙'을 내세웠다.

박 전 대통령은 축사하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불법 집단행동을 방치하면서 경제혁신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했는데, 정부 정책에 집단 반발했던 보건·의료계 단체와 공기업 노조 등을 향한 엄포로 해석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3월13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언남로 경찰대학 연병장에서 열린 제30기 경찰대학 졸업 및 임용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2014.3.13/뉴스1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수여식은 전직 대통령들이 이공계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 발전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애용한 곳으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대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정부가 민간과 합동으로 추진한 '이공계 활성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과학기술시대에 걸맞은 획기적 방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졸업생들에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와줘야 한다"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9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과학기술과 녹색기술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원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대학은 아니지만 2013년 인천 전자마이스터고 졸업식에 참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마이스터고 설립은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내세운 핵심 공약 사항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수도전기공고 입학식에 이어 3년 뒤 전자마이스터고 졸업식에도 참석하면서 '고졸 인재' 양성에 힘을 줬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카이스트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2014.2.24/뉴스1

역대 대통령 졸업식 참석은 시대별로도 모습이 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4년 서울대 졸업식에서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을 강조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성적 우수 졸업생을 초청하던 관례를 깨고 어려움을 극복한 학생 등 '자랑스러운 대학 졸업생'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이화여대 졸업식에 방문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국립대나 3군 사관학교가 아닌 여대 졸업식에 참석하는 기록을 세웠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화여대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2014.2.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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