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문창극 거취 아직 '고민 중'

靑, 긴박한 분위기..지명 철회, 정치적 부담 커
'총리, 지명철회 요청..대통령, 수용' 등 대안 모색
문 후보 사퇴결단이 전제..靑-총리 사퇴조율 들어간 듯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5박6일 간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21일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우즈벡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 18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 문제와 관련해 "(재가 여부를) 귀국 후에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2014.6.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figure>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역사관 논란으로 전방위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자 거취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이 늦어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지 3일째인 23일 오후까지도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자에 관한 특별한 움직임에 대해 말할 게 없다"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의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날 오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문 후보자 문제 등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홍보· 민정·정무 등 각 수석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문 후보자가 이틀간 자택에서의 칩거 끝에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문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와 문 후보자 간 교감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오전 문 후보자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아무 할 말이 없다"면서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는 청와대로 부터 아직까지 특별한 의견 교환이 없었으며 박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한 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진 사퇴 대신에 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공을 청와대로 넘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는 일단 박 대통령이 문 후보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상황을 막아야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에 대한 지명을 직접 철회할 경우, 청와대 인사실패에 따른 책임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실장이 직격탄을 맞는 등 정치적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만일, 문 후보가 자진 사퇴를 하지 않고 그 공을 박 대통령에게 넘길 경우 지난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처럼 후보자가 지명철회를 요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제3의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문 후보가 사퇴의사를 청와대에 타진해야 하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는 선에서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문 후보가 자신의 명예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사퇴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개최 자체에도 부정적이었던 여론이 어느 정도 바뀌면서 청문회는 진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며 기류 변화를 언급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문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재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임명동의안을 재가하더라도 야권은 물론 여권 핵심부 조차 '문 후보 불가론'을 주장하고 나선 상황에서 문 후보자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두 번의 총리 후보 낙마에 따른 여파가 미니 총선이라고 불리는 7.30 재보선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에 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박 대통령은 국정동력에 큰 손실을 입게 된다.<br>

birakoc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