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유럽 순방 기간엔 어떤 일이?
靑, 엘리자베스 英여왕 주최 국빈만찬 등 주요 일화 공개
벨기에 국왕에게 "벨기에 만화 '땡땡(Tintin)' 보며 프랑스어 익혔다" 언급도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주최 국빈만찬 당시 여왕이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주인공 본드의 파트너인 '본드 걸(Bond Girl)'로 출연한 지난해 런던 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7일 필립 벨기에 국왕 주최 만찬 땐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에 대해 "벨기에 만화 '땡땡(Tintin)'을 보면서 익힌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기간 일화 주요내용.
[프랑스]
○…프랑스 공식 방문 첫 일정으로 지난 3일 현지 한류(韓流) 팬클럽 '봉주르꼬레' 주최 '한국 드라마 파티' 행사 참석 당시 박 대통령은 자신의 프랑스어 인사에 팬클럽 회원들이 한국어 인사로 화답하고, 또 우리 측 수행원들은 양복을 입은데 반해 현지 팬클럽 회원들 중 일부가 한복을 입은 사실을 들어 "양국 문화에 대한 서로의 관심과 애정이 높은 것을 상징한다"고 언급.
○…박 대통령은 3일 오르세 미술관 방문 당시 "미술관 내 소파, 조명 등 또한 브라질 출신의 한 형제가 디자인한 것"이란 설명을 듣고는 "미술관의 명성에 걸맞게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다"고 말해. 갑작스런 에스컬레이터 고장에 미술관 측에서 "오래된 시설이라 고장이 잦다"고 양해를 구하자, 대통령은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가 잘 작동해도 서 있지 않고 일부러 걸어서 올라간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받아넘김.
○…박 대통령은 4일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한·불 정상회담 때 '외유내강(外柔內剛)'을 언급하며 "올랑드 대통령이 과거 사회당 총재로 있었을 때 특정 사안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이 총재실로 항의하러 갔다가 올랑드 대통령의 친근한 태도에 감명 받아 편한 얼굴로 나왔다고 들었다"고 전하자, 올랑드 대통령은 "오래 전 일인데도 기억해줘 감사하다"고 밝혀.
○…엘리제궁(宮)에서 열린 한·불 정상회담 및 오찬 당시 다른 방에 있던 우리 측 수행원들에게도 정상들과 같은 정통 프랑스 요리가 제공돼 눈길.
○…프랑스 공식 방문의 마지막 일정인 4일 장 마크 에로 프랑스 총리 주최 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와인으로 건배하는 에로 총리 등에게 "왜 와인을 마실 때 잔을 부딪치는 줄 아냐. 포도주를 마실 때 아름다운 색과 빛을 보면 눈이 즐겁고, 향을 맡으면 코가 즐거운데, 귀엔 즐거울 게 없어서 잔을 부딪치게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소개해 분위기를 돋움.
○…박 대통령은 3일 프랑스 동포 간담회 때 일부 동포들이 프랑스산(産) 와인이 제공되지 않은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자 오렌지 주스가 아닌 포도 주스로 건배하며 이를 달래기도.
○…박 대통령이 과거 프랑스 그르노블대 유학 시절 인연을 맺었던 장 보드빌 당시 이제르도(道) 지사의 미망인 엘리자베스 보드빌 여사는 올해 92세의 고령이어서 '건강상 박 대통령과 만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4일 박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되기 전까지 우리 대사관에서 보드빌 여사의 건강상태를 수차례 확인했음.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의 면담에서 여왕이 박 대통령에게 "몇 살 때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22세 때 모친(육영수 여사)이 돌아가셨다"고 말했고, 이에 여왕도 "나도 25세 때 선왕이 돌아가셔서 여왕을 맡게 됐다"면서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일을 경험한데 대한 공감을 표시.
○…지난해 런던 올림픽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현재 영화 '007' 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역(役을 맡고 있는 대니얼 크레이그와 함께 개막식 영상에 출연, 007의 파트너인 '본드 걸(Bond Girl)'을 맡은데 대해 박 대통령이 "전 세계인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고 호평하자,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는 "여왕이 '본드 걸' 역할을 친히 수락했다"며 "여왕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영국 국민이 왕실을 매우 성숙된 자세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답변. 앤드루 왕자는 "여왕의 '본드 걸' 배역 장면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되돌려(rewind) 찾아본 동영상"이라고 전하기도. 이와 관련, 여왕은 5일 국빈만찬에서 "놀라운 사실은 아무도 내가 그런 역할을 할 것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본드 역할을 하는 배우가 왕궁을 출입하고, 또 궁에 시종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비밀이 철저하게 지켜졌던 게 신기했다"고 말해.
○…여왕의 3남 에드워드 왕자(웨섹스 백작)는 한국의 발달된 조선 산업을 평가하면서 "한국 기업에 배를 발주하면서 2년에 1척씩 선박을 인도받으려 했으나, 해당 기업은 2년 반 만에 전부 다 인도하겠다고 해 놀랐다"고 말함. 이에 박 대통령은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1971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영국 측으로부터 조선소 건립에 필요한 차관 지원 요청을 거절당하자 뒷면에 거북선이 그려져 있던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면서 '우리 민족은 오래 전에 이런 배를 건조했었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거론, "한국의 조선 산업은 그 후에도 많은 발전을 해왔다(We've come a long way since then)"고 답변.
○…에드워드 왕자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데 대해 "5세 된 아들도 강남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전해.
○…박 대통령은 5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방문시 평소 정치적 '롤 모델' 가운데 한 명으로 꼽고 있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무덤을 둘러봄. 특히 사원 주임사제로부터 "여왕 동상의 얼굴이 실제 여왕이 사망했을 당시의 안면상(death mask)"이란 설명을 듣고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박 대통령은 특히 생전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메리 1세 여왕과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나란히 안장돼 있는 것을 보고는 "두 여왕이 함께 묻힌 게 인상 깊다"고 밝히기도.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어려서부터 많은 고난을 겪어서 사려가 깊고 신중하며 공정한,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고 언급.
○…박 대통령은 5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방문에 앞서 영국 국방부 인근 임뱅크먼트 가든에서 열린 영국 최초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 기공식에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이 참석하자, "왕실이 모범을 보이기 때문에 영국 국민이 왕실을 더 존경한다"며 "최근 태어난 조지 왕자도 훌륭히 성장해 왕실의 전통을 잘 계승하길 기원한다"고 덕담. 윌리엄 왕세손이 외국 정상의 국빈 행사 때 영국 여왕을 대신해 참석한 것은 이번 기공식이 처음이라고. 이와 관련, 왕실 '영예 수행' 의전관인 후드 자작은 "왕세손이 왕실 업무에 전념키 위해 지난 9월부로 7년간 복무했던 군에서 전역했다"고 전하기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6일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오찬장에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국가를 최우선시(put country above all else)하는 두 여성 지도자가 마주보도록 자리를 준비했다"고 재치 있게 설명.
○…캐머런 총리는 박 대통령이 여왕 주최 국빈만찬 때 영어로 한 답사에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 "우리의 미래는 별을 보고 바랄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It is not in the stars to hold our future, but in ourselves)", 즉,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해당 구절을 처음 들어봤다"면서 "아주 마음에 든다. 앞으로 연설 때 자주 인용하겠다"고 함.
○…캐머런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당초 총리 공관 겸 관저인 런던 시내 다우닝가 10번지 문 앞에서 박 대통령을 영접할 예정이었으나, 박 대통령의 차량이 그보다 멀리 도착하자 비가 오는데도 우산 없이 차량 앞까지 나와 대통령을 맞이함. 이에 대통령은 직접 캐머런 총리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관저로 이동.
○…박 대통령은 런던의 금융·상업중심지구인 런던 시티를 관할하는 로저 기포드 로드 메이어(Lord Mayor)에 대해 5일 공식 환영식이 열린 런던 시티 밖의 호스 가즈 광장에선 '로드 메이어'라 칭하고 이튿날 런던 시티 내 길드 홀에서 열린 로드 메이어 주최 만찬 땐 '마이 로드 메이어(My Lord Mayor)'라고 칭하는 등 영국 의전상의 복잡한 호칭을 완벽히 소화해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음.
○…박 대통령은 5일 오후 공식 환영식장에 도착했을 당시 내리던 비가 그치자 동행한 후드 자작에게 "내가 햇볕을 가져왔다는 소문이 있다(It is rumored that I brought the sunshine)"며 농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박 대통령의 방영(訪英)에 앞서 지난 여름부터 박 대통령의 숙소로 사용된 버킹엄궁 내 '벨지언 스위트(Belgian Suite)'에 대한 수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짐. 여왕은 또 박 대통령과 함께 버킹엄궁에서 묵은 일부 공식수행원들의 방 배정과 공식 환영식 뒤 박 대통령 등의 왕실 마차 탑승 방식도 직접 결정했으며, 박 대통령의 동선(動線)에 따라 궁내에 전시된 한국 관련 왕실 소장품도 직접 고름. 영국 왕실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빈만찬에 빅토리아 여왕 등 역대 왕조들이 사용했던 100~200년 역사의 식기들을 사용하기도.
[벨기에]
○…박 대통령은 7일 필립 벨기에 국왕 주최 만찬에서 필립 국왕이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의 비결을 묻자 "벨기에 만화인 '땡땡'을 즐겨보면서 프랑스어를 익혔다"고 소개. 필립 국왕이 "땡땡 전집(全集)을 다 봤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전집을 갖고 있었다"고 답변.
○…박 대통령은 7일 에그몽궁에서 열린 벨기에 방문 공식 환영식 당시 엘리오 디 루포 벨기에 총리가 늘 나비넥타이를 매고 다녀 '미스터 나비넥타이(Monsieur Papillon)'라고 불리는데 착안, 각양각색의 나비넥타이를 선물. 디 루포 총리는 정상회담 뒤 "밖에 비가 많이 오니 나오지 말라"며 박 대통령이 궁 입구에서 인사하려 하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박 대통령이 차를 타는 곳까지 나와 배웅하기도.
○…한·벨기에 정상회담 도중 우리 측 의전 선도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사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무단이탈하자 예비 운전사를 확보하지 못했던 벨기에 측에선 여성인 외교부 의전과장을 대리 투입. 벨기에 외교부 의전과장은 이후 필립 국왕 주최 만찬 때까지 차량을 운전.
○…8일 박 대통령과 헤르만 반 롬퓌이 유럽연합(EU)상임회의 의장 및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 간의 한·EU 정상회담 당시 의전을 담당한 벨기에 출신 EU 이사회 의전관은 박 대통령이 벨기에 국민이 선호하는 파스텔 톤 의상을 입은 것을 보고는 즉석에서 회담 전 사진 촬영 장소를 벨기에 화가가 그린 파스텔 톤 그림 옆으로 바꾸기도. 해당 그림은 "벨기에 출신의 롬퓌이 의장이 가장 아끼는 것"이란 게 이 의전관의 설명.
○…한·EU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나라와 EU 측 기자들 간에 서로 촬영하기 좋은 장소를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이 벌어지자 EU 측 공보담당이 양측에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담당하는 '전속' 기사만 맨 앞줄에 서도록 중재.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EU 측 기자들은 공보담당의 중재안을 무시한 채 우리 측 기자들과 한동안 자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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