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귀국 직전 수행단 방에서 경찰 피해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 확인...누구 지시인지는 미확인
경찰 수사 회피 목적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과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기자회견 내용이 진실공방 양상을 띠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했고, 이 수석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귀국을 종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서 '중도 귀국'의 성격을 둘러싸고 윤 전 대변인과 청와대 홍보실간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DB) 2013.5.1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figure>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현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귀국 직전까지 이남기 홍보수석의 호텔방에 피해 있었던 것으로 당시 현장에 있던 복수의 관계자들에 의해 13일 확인됐다.

윤 전 대변인이 이 수석의 숙소에 머물 당시는 피해자인 인턴 여성 A(21)씨와 현지 문화원 직원이 워싱턴DC 경찰에 신고한 후여서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을 보호하기 위해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수석은 8일 오전 9시(현지시간)를 전후해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보고 받고 앞서 수행경제인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이동중이던 윤 전 대변인을 긴급 호출했다.

이 수석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을 박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 앞으로 오라고 해 길에 서서 약 5분여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 대화에서 '이 수석이 중도귀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 수석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정도였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간 후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을 이 수석이 묵었던 호텔방에 가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윤 전 대변인의 워싱턴 숙소는 기자들이 있던 페어팩스 호텔이었지만 이 수석은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윌라드호텔에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덜레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이곳에 머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 경찰은 인턴 여성 A씨와 문화원 직원의 신고를 받고 이날 오전 8시쯤 페어팩스호텔을 현장 방문해 피해 여성의 진술을 받았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윤 전 대변인은 당시 조찬간담회 참석 중이어서 경찰 조사에 응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된 직후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숙소가 아닌 이 수석의 호텔방에 있었다는 사실은 경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건이 신고되고 경찰이 출동하면서 박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하는 대변인이 현지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될 경우 파생될 정치·외교적 파장을 가장 우려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현지 경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윤 전 대변인의 신병을 의도적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한편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남기 수석을 대신해 뉴스1 기사에 대해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당시 이남기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미의회 연설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했었다"면서 "1시간 후에 행사 끝나고 돌아올테니 내 방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으나 (이 수석이) 돌아왔을 때 윤 전 대변인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대화를 나눴던 영빈관 앞에서 이 수석의 숙소까지는 걸어서 갈 만큼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이 수석의 숙소에 잠시 머물라고 했던 것이지 경찰 조사를 회피하거나 숨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