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칼 든 민원인 무서워 떠난 공무원…"고발·심리 지원해야"

권익위, 울산시 악성민원 대응 '적극조치' 의견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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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악성민원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기관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정부의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악성민원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던 울산광역시 한 구청에 기관 차원의 악성민원인 고발, 공무원 심리 지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라는 의견표명을 했다고 31일 밝혔다.

여성 공무원인 A씨는 지난 5월 "울산광역시 행정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인데, 그동안 많은 악성민원으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며 "그러나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지 않는 조직 문화에 환멸을 느껴 의원면직을 앞두고 있다. 기관 차원에서 소속 공무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조사결과, 이 구청은 2021년에 '민원업무 담당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민원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심리‧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었다.

올해 1월부터는 '악성민원 대응 전담 대응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악성민원인에 대한 기관 차원의 고발이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심리상담 등 지원이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동료 직원이 진술한 사례에 따르면 A씨가 복지 업무 목적으로 남성 노인 대상자 가정에 혼자 방문했는데, 대상자가 전신 탈의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조직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보호, 보상,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칼을 들고 주민센터에 방문하는 민원인에 대해서도 아무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고, 여성 공무원인 B씨는 50대 남성이 수개월간 매일 주민센터를 찾아 종일 응시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기관으로부터 아무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권익위 조사 진행 중에 의원면직했다. 권익위는 기관 차원에서 악성민원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조례에서 명시한 보호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지자체에 의견을 표명했다.

한편 지난 7월 공개한 권익위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에 올해 3월 기준 총 2784명의 악성민원인이 상습‧반복, 위법행위 등과 같은 악성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업무 담당자 개인 전화로 수백 통의 문자를 발송하는 등 상습·반복적으로 담당자를 괴롭히는 유형이 48%(1340명)를 차지했고, 살해 협박이나 책상을 집어던지는 등의 폭언·폭행 유형이 40%(1113명)를 차지했다.

담당 공무원 실명공개 후 주변에 항의 전화를 독려하거나 신상공개 후 '좌표찍기'를 하는 유형도 6%(182명)로 나타났고, 민원 처리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과도하게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비이성적 주장을 하는 유형도 확인됐다.

조덕현 권익위 고충민원심의관은 "기관 차원에서 악성민원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소속기관이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아 악성민원으로부터 고통받는 공무원은 권익위에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