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활동경비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책 구입 지시

사무총장 시절 300권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줘
문 정부 은폐 주장 담겨…김승원 "예산 불법 전용"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3.8.1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감사원이 지난해 유병호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있던 시절, 감사활동 경비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다룬 책 300권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 당시 사무총장이던 유 위원 지시를 받은 감사원은 감사활동 경비를 사용해 '서해일기' 300권을 구매했다.

'서해일기'는 지난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피해자인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었던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지난해 9월 펴낸 책이다. 책에는 해당 사건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담겨 있다.

감사원은 '감사활동 경비' 330만 원으로 이 책 300권을 구매했고, 감사원 각 부서에 전달했다. 세부적으로는 특별조사국 57부, 이외 부서에 2부씩 배포했고 국장 이상급에겐 1부씩 37부를 전달했다.

감사활동 경비로 책을 구매해 업무상 관련 없는 부서에 배포했다면 예산을 불법 전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당 책이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 위원은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고인이 2020년 9월 21일 오전 1시 58분쯤 소연평도 남방 2.2㎞ 지점에서 실종됐지만 22일 오후 3시 30분쯤 실종 지점에서 27㎞ 떨어진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사건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왜곡한 것으로 판단하고 문재인 정부 핵심 외교·안보 인사들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검찰은 고인이 애초 알려진 것처럼 월북 시도가 아닌 단순 실족한 것이라면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재판에 넘겼고, 이들은 재판을 받고 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