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재취업심사 허가 99%·국세청 감사원 100%…"취업권장제도"

국정원·검찰청·경찰청·금감원 등 상위 10위…평균보다 높아
용혜인 "심사 과정서 보이지 않는 힘 작용하는 것 아니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2024.7.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대통령실 출신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통과 비율이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과 감사원은 100% 재취업 허가를 받았다. 소위 '권력기관'이라고 불리는 기관들에서 퇴직한 공직자의 취업심사 통과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엄격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퇴직공무원 취업 심사 현황'(2020년~2024년 7월) 자료에 따르면 권력기관 퇴직공직자는 전체 퇴직공직자보다 심사 통과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신청 건수가 많은 20개 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세청과 감사원 출신 퇴직공직자는 각각 151명과 58명이 취업 심사를 신청해 모두 심사를 통과했다. 대통령실 출신도 107명이 취업 심사를 신청해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취업 허가를 받아냈다.

이외에 취업 허가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기관에는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권력기관 출신 퇴직공무원일수록 재취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전체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신청 현황에 따르면 2020년 허가 비율은 92.9%에서 2021년 91%, 2022년 89.2%, 2023년 89.9%, 올해는 7월까지 91.3%로 평균 90.8%의 비율을 보였다.

이런 수치에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법관 및 검사,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4급 이상 공무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법이 정한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에 취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고위공직자는 소속기관 전체)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심사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취업 심사 대상기관 3년간 취업 제한'이라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퇴직공무원의 취업 허가 비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9가지에 달하는 예외 허용 요건'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된다.

예외 허용 요건은 '국가 안보나 대외경쟁력 강화 필요' '공공의 이익 부합' '취업심사 대상기관의 경영개선이 필요한 경우' '전문성이 있고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이 있다.

용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심사위원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논란인 경찰의 로펌행은 업무 관련성도 있고 영향력도 행사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금융감독원 출신이 금융권으로,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대기업 임원으로 가는 것도 국민의 눈높이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은 "소위 권력기관 출신 퇴직공직자의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심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며 "10명 중 9명이 통과하는 심사는 '취업제한제도'가 아니라 '취업권장제도'로, 예외 규정을 대폭 손질해 제도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