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개발원조 헛돈 쓴 코이카…감사원 "기획·사전 검토 총체적 부실"

'공적개발원조 정보화사업 등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 공개
수원국 유사 시스템·특수성 고려 않고 사업 추진 사례들 적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코이카가 지원한 의료물자. (코이카 제공) 2020.6.3/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공적개발원조(ODA) 기획단계에서 수원국의 유사 시스템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활용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미활용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공적개발원조 정보화사업 등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이카는 수원국의 ODA 사업요청서 접수 후 사업실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실시 중이다.

그러나 예비조사의 방법, 규모, 필수 검토사항 등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거나 IT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아 수원국의 유사 시스템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일례로 코이카는 2016년 2월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 사전 조사 시 현지 중앙은행이 유사 시스템(바콩)을 개발 중인 것을 파악하고도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했다. 결국 2021년 사업 종료 후 53개 은행이 바콩을 사용했고, 코이카 시스템을 쓴 은행은 23개로 저조한 활용도를 보였다.

코이카가 '몽골 헌법재판소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 예비조사 시 정보화시스템 활용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온라인 헌법재판 신청 등 관련 법규 개정 등이 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도 사업에 착수해 2019년 4월 정보화시스템 구축 이후 2023년 10월 현재까지 관련 법·제도 미비로 시스템이 활용되지 않는 상황도 적발됐다.

코이카의 ODA 정보화 사업은 다른 중앙관서 정보화 구축사업과 달리 예산안 확정 이후에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검토하고 내용도 미흡해, 관련 시스템에 주요한 기능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코이카는 '르완다 ICT 혁신역량 강화 사업'을 수행하면서 ISP를 사전이 아닌 사후에 수립·검토했다. 이 ISP는 요구사항 정의, 시스템 개발과정, 테스트, 안정화 등의 제반절차와 관련한 수원기관과의 소통 부족 등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해당 사업 일부인 센터운영지원시스템(COSS) 활용실태 확인 결과, 시스템 정지현상 발생으로 2023년 11월 현재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코이카 이사장에게 "사전타당성조사 시 예비조사 규모, 필수검토사항, IT 전문가 참여 등의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어 "유사·중복성을 철저히 확인한 후에 사업을 추진하는 등 예비조사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또한 코이카는 ODA사업 완료 후 당초 의도했던 성과를 측정하고 향후 추진 사업을 위한 교훈을 도출할 목적으로 종료평가 제도를 운영 중인데, 일부 사업은 정보시스템의 활용도를 파악할 수 없는 지표 및 목표치 등을 설정해 성과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르완다 ICT 혁신역량강화 사업'의 경우 집행계획 수립 단계에서 성과지표로 설정한 '기자재 월간 활용 정도'를 사업 도중 '센터운영지원시스템 설치 여부'로 변경했는데, 기능 장애로 시스템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설치됐다는 이유로 성과지표 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종료평가 품질검토 시 품질검토 점수가 A∼C등급(60점 이상)이면 목표치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가 생략되거나, 검증자료 없이 평가가 이뤄지더라도 수정·보완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일례로 '캄보디아 국가 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 시스템 구축 이전보다 이후의 미화 이체 거래건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그러나 종료평가에서는 관련 실적자료도 없이 은행 간 미화 이체 거래건수가 860% 증가해 목표치 173% 초과 달성으로 평가했고, 품질통과 등급이 C로 분류돼 종료평가 보고서에 대한 수정·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코이카는 '사업평가 규정'을 위배해 사업 참여자를 평가자로 선정하면서 평가 신뢰성을 저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후관리 단계에 있어 협의의사록(R/D)에 수원국의 운영유지 책무가 명시돼 있지 않거나, 수원국 업무담당자에 대한 교육이 형식적으로 운영됐으며, 협력단의 사후관리 노력이 일부 미흡한 점도 확인됐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