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칼협 들을 바엔 떠난다" MZ공무원 이탈…공직사회 고령화
30대, 10년간 6.9% 유일 감소…50세이상 42.5% 증가와 대조
전공노 청년위 "기재부, 공보위 임금 인상 권고 이행해야" 촉구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공직사회의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다. MZ세대인 청년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이 늘어나면서 늙어가는 공직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 현실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행정부 소속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연령대별 현원'에 따르면 30대는 2014년 4만9616명에서 2023년 4만6175명으로 10년 새 6.9%(3441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전체 현원은 14.3%(2만1983명) 증가했지만, 30대는 유일하게 현원이 줄었다.
반면 50세 이상 국가공무원은 2014년 3만5385명에서 2023년 5만438명으로 10년 새 약 42.5%(1만5053명) 늘었다. 전체 증가분의 68%에 달한다.
전체 현원의 비율로 봐도 30대는 2019년까지 27.5%로 50세 이상(25.7%)보다 높았지만, 2020년부터 역전한 뒤 관련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각각 26.4%, 28.8%를 차지했다.
공직사회에 따르면 최근 청년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민간 기업으로의 이직은 물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위해 이탈하는 경우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경력채용을 통해 다른 기관에서 경력을 쌓고 들어오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도 있지만, 젊은 공무원들이 워라밸 등을 이유로 새로운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 연가를 늘리고 승진 속도를 높이며, 저연차 공무원들의 연봉 인상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직 기간 5년 미만의 저연차 공무원 퇴사자 수는 2019년 6663명에서 지난해 1만3321명으로 5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도 3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러다 보니 인재를 제대로 채용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직 이탈의 핵심 문제인 '임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5년 미만 공무원 2명 중 1명꼴인 54.6%가 이직 의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로는 77.4%가 '낮은 보수'를 꼽았다.
올해 9급 공무원 초임 연봉을 전년 대비 2.5%에 3.5% 추가인상분을 더해 6% 올린 3010만 원(월평균 251만 원)으로 인상했지만, 최저시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인사혁신처 공무원보수위원회(공보위)가 2025년도 임금을 5급 이상은 2.5%, 6급 이하는 3.3% 차등 인상하는 권고안을 냈지만, 공직사회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이를 삭감할 거란 우려가 쏟아진다.
한 MZ세대 부처 공무원은 "임금이 문제라고, 힘들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꼬이직'(꼬우면 이직하라) 등의 비아냥을 한다"며 "이런 소리를 듣고, 기재부의 돈 없단 핑계를 들으며 임금까지 적게 받을 바엔, 차라리 전문직 공부를 하거나 돈 많이 주는 민간기업으로 향한다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최소한의 임금 현실화 등을 위해 공보위가 정한 인상률은 지켜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영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철밥통이 배부른 소리한다고 하지만 청년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그 철밥통을 걷어차고 나갈 고민을 하는 게 현실"이라며 기재부에 공보위 결정사항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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