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가채무 축소' 감사원 적발…"홍남기, 비율 낮추라 지시"
채무비율 148.2% 추정에도 81.1%로 축소 발표 정황
기재부 예타 면제제도 '100% 찬성률' 부실운용 지적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수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4일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홍 전 장관은 2020년 7월 장기재정전망 과정에서 전망결과인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축소·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전 장관은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세 자릿수로 높게 발표되면 나올 국민적 비판 등을 우려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만들라고 기재부에 지시했다.
이를 위해 전망 전제와 방법을 임의변경해 잘못된 전제를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당초 153%에서 81.1%로 축소·왜곡했다.
앞서 기재부는 2020년 7월7일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가늠하기 위해 사전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비율이 최소 111.6%에서 최대 168.2%로 산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홍 전 장관은 이를 기초로 2020년 7월8일 청와대 정례보고에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00% 이상으로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며 "2015년 실시한 전망에서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62.4% 수준으로 전망했으나, 5년 뒤인 2020년도 전망에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는다고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이후 기재부는 2020년 7월16일 시뮬레이션 결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53%(당초 검토안), 129.6%(신규 검토안)로 구성된 장기재정전망(안)을 홍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홍 전 장관은 "129%의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비율을 두 자릿수로 낮추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홍 전 장관은 이 비율을 낮추고자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한다는 핵심 전제를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의 100%로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재정기획심의관은 전제를 변경하면 재량지출 증가율이 음수(재량지출 감소)인 구간이 나타난다고 우려했으나, 홍 전 장관은 "왜 불가능한 일이냐, 재량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정부가 충분히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재차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담당 국장 A씨는 2020년 8월19일 홍 전 장관의 '두 자릿수' 지시를 이행하고자 장기재정전망협의회의 심의·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망 전제·방법을 임의변경했다.
이후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100%에 연동'하는 부당 전제를 적용해 산출한 전망치 81.1%를 보고했고, 홍 전 장관은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다"며 결과를 승인하고 2020년 9월2일 발표했다.
기재부는 전망결과 발표 전인 2020년 8월21일 해당 전제와 방법 변경에 대한 비판이 예상된다며 '총지출 증가율=경제성장률' 전제가 합리적이라는 대응 논리 개발 등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조세재정연구원과 다시 장기재정전망을 한 결과에 따르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148.2%였다.
감사원은 기재부 장관에게 "홍 전 장관의 비위행위는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되나 2022년 5월 퇴직해 그 비위내용을 통보해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고,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라"고 조치했다.
또한 감사원은 기재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제도를 운용하면서 면제 요건인 사업계획의 구체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면제 심의기구인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사업계획서, KDI의 사업 평가자료 등 예타 면제 심의에 필요한 구체적인 자료를 위원회에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
기재부는 반 페이지 분량의 기재부 검토안만 각 위원에게 발송해 동의 여부를 당일 회신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기간에 2019년 7월부터 2022년까지 위원회 의결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예타 면제 찬성 521개·반대 0개로 100% 찬성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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