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사자 동의 없인 불가"…강제조사권 없는 권익위 반쪽 권한 논란

권익위도 조사한 선관위 채용비리, 감사원선 장차관급 '거물' 규명
"강제조사권·행정조사기본법 권한 행사 등 조사권 강화" 목소리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3.9.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역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비리 의혹 일부를 규명했지만 다른 조사기관에 비해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강제 조사 권한이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권익위 조사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해 선관위의 채용비리 관련 현안조사를 통해 총 353건의 부적정 사안을 적발하고, 수사 의뢰 312건, 고발 28명 등 조치를 취했다. 권익위는 당시 △법적 근거 없는 정규직 채용 △학위요건 미달자 채용 △평정표 점수 수정 △선관위 근무경력 과다인정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동일한 사안에 대한 감사원 조사에서는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장관급)과 송봉섭 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 등 고위인사들의 관여 가능성을 추가로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권익위가 확인한 채용비리 사실과 함께 김 전 사무총장 등 중앙 및 시도 선관위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요청했다.

장차관급 고위직의 채용비리 의혹 정황을 포착한 감사원 발표가 나온 뒤, 권익위의 조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선관위 채용비리 관련 선관위의 비협조를 이유로 여러 차례 브리핑했다"며 "조사에 협조하라고 했지만, 사실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정 부위원장은 "저희는 실제로 인터넷이나 공개된 자료를 한땀 한땀 추적해서 조사했다"며 "특히 조사를 위해서는 선관위 직원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퇴직공무원은 거의 없었고 현직 공무원들도 절반 정도만 동의해서 조사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고 조사 절차상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권익위는 강제조사권이 없어 피조사자의 개인정보활용동의서 없이는 전수조사 등이 불가능하다. 또한 민간인에 대한 조사권이 규정돼 있지 않아 조사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태다.

정 부위원장은 "권익위 조사는 행정조사라서 강제력이 없는데, 행정조사기본법이 발효돼 있음에도 권익위가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주무부처와 이견이 있다"며 "이로 인해 감사원에서 했던 자료봉인이나 포렌식 등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 조사의 구조적 한계는 해묵은 난제이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문자메시지 논란 조사'와 관련해 공수처장 및 차장에 대한 면담을 수회에 걸쳐 요구했지만 면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권익위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 부위원장은 당시 "권익위의 면담조사가 법적으로 근거 없다는 식으로 법을 왜곡하는 공수처의 행태에 우려를 표한다"며 "혹시 공수처는 국민이 부여한 행정조사권일지라도 영장과 같은 강제력이 없으면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결과가 발표된 21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취득·거래·상실 현황 전수조사에서도 권익위는 "의원별 변동내역 분석과정에서 일부 의원은 가상자산을 어떻게 제공받았는지 등 입·출금 관계가 불분명하고, 거래상대방의 직무관련자 여부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만, 조사권의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부의 신고 없이는 직권조사가 어렵다는 점 등도 권익위 신뢰도와 권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부패 총괄기관임에도 실제 기능 수행의 장벽이 큰 만큼, 조사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권익위의 조사권 강화 등에 대한 부분은 입법을 통해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부패를 위해 권익위의 조사권 조율에 대한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