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간극' 이재명 헬기 이송 조사 나선 권익위…'정치적 의도' 논란

권익위, 신고 접수 후 13일 뒤에야 조사 착수 발표
민주 "2차 가해"…권익위 "국민 관심·알 권리 때문"

부산에서 신원 미상 남성에게 습격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헬기를 통해 도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4.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16일 부산 일정 중 흉기 습격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논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회복 중이던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17일에 하루 앞선 이날 관련 조사 착수가 발표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민주당은 "명백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지만 권익위는 "국민적 관심과 알 권리를 고려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지난 2일 이재명 대표의 피습 후 응급 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전원된 사항과 관련해 부정청탁과 특혜제공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여러 건의 신고가 권익위에 접수됐다"며 "신고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만나던 중 '내가 이재명'이란 왕관을 쓴 김모씨(67)에게 흉기 습격을 당했다. 그는 부산대병원에서 긴급 치료를 받다가 경정맥 손상 의심, 대량 출혈, 추가 출혈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응급헬기를 타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돼 수술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전원 관련 논란은 헬기 이송의 적법성 논란으로 시작해 부산 지역 의료수준 관련 비하 등으로 이어졌다.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더불어 부산시의사회 등 의사단체들도 성명을 통해 지적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여기에 권익위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체적 조사 없이 '착수' 자체만을 발표한 것으로도 오는 4월10일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관련 사건이 신고된 건 지난 3일인데 이 대표가 당무 복귀를 할 것으로 예상된 17일에 하루 앞서 관련 사실을 발표한 점도 논란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남화영 소방청장은 (이 대표의 헬기 이용에 대해) '소방청 매뉴얼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며 "문제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조사에 착수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명백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권익위가 암살 테러를 당한 야당 대표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사건의 본질은 암살 테러로, 권익위는 물타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부패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 등과 관련한 부패행위와 이해충돌을 예방하고 규율하는 기관이다. 특히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운영하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익위는 이런 우려에 대해 '국민을 위해' 조사 착수를 발표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승윤 부위원장은 "해당 사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알 권리를 고려해 신고 접수 및 조사 착수 사실을 국민에게 공지하기로 했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다른 관계자도 "3일에 사건이 접수되면 서울에서 세종으로 가는 데 길게는 이틀 정도 걸릴 수 있고, 접수 후 담당자가 배정되면 준비하고 법리검토도 하는 등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저희들은 국민적인 관심이 지대하게 높고,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는 두 가지 기준으로 (공개하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국 권익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논란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자의 비밀을 보장하는 부패방지 권익위법에 따라 신고 관련 구체적 사항은 공개되기 어렵다. 이에 권익위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발표인지, 이 대표가 부정청탁 및 특혜제공 관련 장본인인지는 결과 발표까지 알 수 없다. 해당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총선 이후에 발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권익위 관계자는 "최초 시작된 부산대병원, 그 다음에 119 소방 헬기를 타고 이송했다는 점 때문에 부산소방청, 서울대병원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돼야 하지 않나 싶다"며 "일단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현장인 부산대병원부터 확인하면서 어떤 규정을 적용해 이송이 됐는지에 대해 살펴나가도록 하겠다. 언제 조사가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