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배달원 '깜짝 변신' 한 총리, 독거노인 방문…"건강하시라"

추석 연휴 앞두고 우유안부 캠페인 참여…직접 우유 배달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독거노인 우유안부 봉사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2023.9.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가를 찾아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우유를 배달하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우유안부 캠페인)에 일일 배달원으로 참여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우유안부 캠페인은 민간기업과 일반 시민의 후원을 통해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무상으로 우유를 배달하면서 우유를 가져갔는지 확인하며 안부를 챙기는 캠페인으로, 한 총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직접 우유 배달에 나섰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6시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함께 금호동 주택가에 도착해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 호용한 이사장으로부터 현황 설명을 들었다.

호 이사장은 "명절 때 심리적으로 고독사하는 분들이 많다. 지난 구정에도 5명이 고독사했다"며 "삶이 어려우니 힘들어하시다가 혼자 돌아가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고독사 자체는 굉장히 큰 문제고 사회적으로 우리가 해결책을 계속 모색하고 있는 문제"라며 "안부를 확인하는 중요한데 예방적으로 고독함을 없앨 수 있는 모임, 대화, 행사 등의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목사이기도 한 호 이사장은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고 모임에 오라고 해도 초창기엔 전도하러 온다고 생각한다"며 "모일 수 있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교회 같은 장소에서 보건복지부가 전문가들을 모시고 그 분(어르신)들이 사람들을 만나 고민이나 가족 얘기를 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운동도 안 하시고 계속 누워있는 일은 없을 것"며 "정부가 노인 복지정책과 연계해 그런 부분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호 이사장도 "예상 외로 고독사하시는 분들이 많아 예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만들어진다면 굉장히 발전적"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거동을 못 하시는 어르신에 대한 의료 관리, 목욕 등을 국가적으로 챙기는 시스템이 있는지도 확인하거나, 편찮으시거나 이사를 가면 정부가 파악해 필요한 지원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 정부 및 민간 지원을 거부하는 어르신들을 챙길 수 있는 대책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독거노인 우유안부 봉사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2023.9.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후 한 총리는 우비를 입고 금호동 지역 우유 배달원 김태용씨와 함께 배달 지역을 도보로 이동하면서, 어르신 댁 대문 앞에 걸린 우유 주머니에 직접 우유를 넣고 혹시 이전에 배달된 우유가 남아 있지는 않은지 살폈다.

한 총리는 86세 박인애 어르신에게는 직접 우유를 전달했다. 이북에서 피난온 뒤 사별하고 홀로 사시는 박 어르신은 우유를 받으러 나왔다가 한 총리는 보고 "바쁘신데 감사하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한 총리가 "건강해보이신다. 추석 연휴 잘 보내시라"며 덕담을 건네자 박 어르신은 한 총리를 끌어안았고, 한 총리는 다시 우비를 벗고 다시 박 어르신을 안으며 "목사님께서 도와주시고 정부도 항상 신경쓰고 있으니 언제라도 어려우면 전화하시라"고 말했다.

캠페인 관계자들은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다보니 우유배달원과 말씀 나누고 싶어 새벽 일찍 '우유 마중'을 나와 계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우유만 놓고 가지 말고 벨을 눌러달라'는 어르신도 계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우유배달을 마친 후 "민간기업과 일반 시민들이 힘을 모아, 기댈 곳 없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20년 가까이 묵묵히 챙겨오신데 정부를 대표해 감사드린다"면서 "우유 한 곽에 담긴 우리 사회의 정(情)이 홀로 계신 어르신께 오롯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