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 정부-野 충돌…"과도 입법" "노동자 보호"
산업 현장 사고 줄지 않자 정부·여당, 야당·노동계 '동상이몽'
韓총리 "과도 입법, 투자리스트" 이재명 "먹고사는 일, 죽음의 길 안돼"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정부와 야당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강화와 노란봉투법 입법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줄지 않는 산업재해의 해법으로 재해발생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 강화를 주장하고 있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해 노란봉투법 입법을 정의당과 함께 이번 정기국회 개혁입법과제에 포함시켰다.
반면 정부는 중대재해법 강화 방안은 과도한 입법이자 투자리스크로 규정하고,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분들이 중대재해법을 국제 기준에 비춰 너무 과도한 입법이다, 일종의 투자 리스크라 생각한다"며 "안전사고 예방 등을 감안해 조화를 이루는 검토안이 나와야 된다"고 밝혔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중대재해법 강화 목소리에 야당이 힘을 싣자, 중대재해법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는 이어 "하나 하나의 건을 중대재해법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것이냐"라며 "모든 규제는 상황의 변화, 합리성, 효과성, 이런 것들을 다 염두에 두고 검토해야 한다. 과도해도 안 되고 너무 국제 기준과 동떨어져도 안 된다. 그렇다고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도 안 된다. 좋은 밸런스를 이루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과도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과도한 입법"이라며 "여야 간에 계속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전날 산업재해 모범 사업장인 롯데제과 대전 공장을 방문해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를 토대로 안전한 산업현장 조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와 지원 등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의 이러한 발언과 행보는 지난달 29일 경북 봉화 아연광산 사고와 관련해 "사고 발생 후 책임을 묻는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소중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올해 9월 발생한 중대재해는 모두 483건, 숨진 사람은 5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는 적지만 사망자는 8명 더 많았다.
한 총리가 언급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 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산업안전에 적용해 안전보건 예산 투자 금액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처벌 중심이 아닌 투자 촉진을 골자로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규정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방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혹은 시행령 개정을 시도하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을 "노동정책의 퇴행"이라 주장하며 반발한다. 오히려 경영책임자의 정의와 발주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징벌적 벌금을 도입하는 등 처벌 강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4~15일 연이틀 양대 노총을 방문하며 중대재해법 강화와 노란봉투법 입법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 14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이 대표는 "최근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해 우리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죽음의 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인 15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지금 약간 잘못 알려지는 바람에 마치 불법 파업을 보호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 같다"며 "손배소나 가압류 남용 때문에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단체행동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민주노총을 찾아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한 마디로 퇴행"이라며 "노조법 2조, 3조 개정(노란봉투법) 개정 등에 적극 동의하고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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