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가유공자도 응급실 뺑뺑이…보훈병원, 전공의 9명뿐

의료진 부족에 응급환자 전원 49건…중증도 7건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수술 건수 24.5% 줄어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은 6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따르면 전국 6개 보훈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가 9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훈병원에 전공의가 채워지지 않으면 국가유공자 등 대부분 고령인 보훈 대상자들에 대한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국가유공자도 정부발 전공의 이탈 사태로 인한 피해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5일 국가보훈처로부터 제공받은 '중앙보훈병원 2024 전공의 정원 대 현원'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기준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수는 52명(정원 153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치과 전공의(43명)를 제외하면 9명에 불과하다. 남은 전공의들은 비뇨의학과(1명), 재활의학과(1명), 마취통증의학과(1명), 영상의학과(1명), 가정의학과(4명) 소속이다.

8월 31일 기준 중앙보훈병원 전공의 현황.(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전공의 역할이 큰 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에는 소속 전공의가 전무하다. 그나마 외과에는 모자 협약에 따라 서울아산병원에서 파견을 받고 있지만 부족함을 채울 정도는 아니다.

아울러 보훈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전공의 숫자에는 변화가 없다.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의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전공의 사태가 발생한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보훈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 중 의료진 부족으로 전원한 응급환자는 총 49건으로 확인됐다. 그중 위험도가 매우 높은 중증도 1,2등급 환자도 7건이나 포함됐다.

한 예로 지난 6월 보훈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전상군경 김 모 씨(80)는 심근경색 우려가 있는 흉통으로 중증도 2급으로 분류되어 빠른 조치가 필요했으나 의사가 부족해 37㎞나 떨어진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전원 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해당 기간 의식이 불안정한 중증 1,2급 환자가 전원된 사례도 4건이나 있었다.

전공의 역할이 중요한 수술실도 비상이다. 보훈병원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시행한 수술 건수는 725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2023년 9617건)나 줄었다.

보훈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전문의만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PA 간호사(수술실 간호사)가 대신할 수 있는 수술 범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를 받을 여력이 안되다 보니 병상 가동률은 최근 3년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현재 976개 병상 중 미가동 병상만 150개(가동률 61.8%)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21년 75.5%·22년 64.2%·23년 73.3%)보다 낮은 수치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예비비 18억 원을 보훈병원에 투입됐으나 전공의 공백 사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준호 의원은 "정부가 촉발한 의료대란 여파로 국가유공자 전문병원인 중앙보훈병원마저 진료 공백이 심각해졌다"며 "국가유공자는 대다수가 고령인 만큼, 진료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