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요원 유출 이어 계엄 핵심으로…'대수술' 자처한 정보사

선관위에 요원 투입하고 HID 대기…전 사령관은 기획·공모
전문가 "조직문화 개선 물론이고, '제2창군' 수준 개혁 필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2024.12.6/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블랙요원 명단 등 기밀 유출 사건으로 질타를 받았던 국군정보사령부가 이번엔 비상계엄 정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핵심 부대 중 하나로 떠올랐다. 기밀 유출 사건으로 인해 조직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정보사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해편 수준의 대수술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9일 야권 등에 따르면 정보사의 문상호 사령관(육사 50기·소장·체포)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에 정보사 요원 10여 명을 투입했다. 이 요원들은 선관위 직원들의 출입을 통제·차단한 채 전산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전산 시스템을 촬영하고, 사진을 문 사령관에게 전송했다고 한다.

또한, 정보사 예하 100여단인 일명, 북파공작부대(HID)는 경기도 판교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HID는 북파공작은 물론 요인 암살 등에 투입되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이는 윤 대통령이 "야당에 경고성 계엄을 하려고 했다"라고 밝힌 것과 달리 계엄 당시 실제 '정치인 체포' 지시가 최정예 부대로 하달됐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육사 41기·예비역 소장·구속)은 민간인 신분임에도 국군방첩사령부 합동수사단 내 제2수사단을 꾸려 이른바 '노상원 라인'을 구축하고, 계엄 포고령을 작성한 주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장성·영관급 장교 인사개입 등 인적 영향력을 행사해 주요 인원들을 일정 역할을 하도록 포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보사는 지난 1990년 육·해·공군 정보부대가 통합돼 국방부 직할로 창설됐다. 정보사는 해외 대북 공작 및 첩보 수집 등 고도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그 활동 내용과 세부 조직을 아는 군내 인사는 국방부 장관 등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같은 정보사의 폐쇄성이 기밀 유출 사태는 물론이고 계엄 사태 동원으로 이어졌단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노 전 사령관은 육군정보학교장 재임 시절인 2018년 10월 1일 국군의날에 여군 교육생을 술자리로 불러내 강제로 신체 접촉한 죄로 불명예 전역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1일 경기도 안산 소재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 문 사령관, 정보사 소속 대령 2명과 함께 계엄을 사전 모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이 비선실세로서 이처럼 계엄 사태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었던 배경엔 정보사의 순혈주의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 전 사령관은 본인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정보계통의 인맥을 바탕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예비역 육군 중장·구속) 등 핵심 인사들과 접촉해 계엄을 기획·공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순 불거진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태에 따라 조직 개편을 비롯해 방첩사·국방정보본부의 격년 단위 보안감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정보사의 이번 계엄 사태 동원에 따라 이에 더한 해편 수준의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사의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을 물론이고, 정보사와 방첩사 등을 대상으로 한 제2 창군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