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 한 방에 구멍난 군 지휘부…안보 재정비 시급
구속 장관·직무 정지 7명 등 수사 대상…'안보 위협' 가중
"계엄 휘말린 군, 자신감 잃어…지휘부 경질 후 다잡아야"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거세다. 직을 잃거나 수사 대상에 오른 장성·영관급 장교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등 사상 초유의 군 지휘부 공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혐의로 구속됐고,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7명의 직무가 정지됐다.
비상계엄 발령 당시 국회 진입 등 작전에 병역을 동원한 이상현 1공수특전여단장 등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또한, 계엄사령부의 부사령관이었던 정진팔 합동참모차장을 비롯해 나승민 국군방첩사령부 신원보안실장 등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대북 작전과 관련된 부대들의 핵심 지휘부로서, 공백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군이 북한의 무력도발 등 안보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명된 직무대리자들이 현재 해당 부대에 위치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라며 "그런 지휘체계에 의해서 야전부대, 작전부대들이 현재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대비태세나 작전 임무태세에 부족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군 지휘부에 대한 장병들의 신뢰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여 전 사령관 등 일부 군 지휘부가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사전모의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고, 다른 지휘부는 계엄 사태와 관련해 출석한 국회에서 말 바꾸기를 하면서다.
지난 10월 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사건이 북한의 자작극이 아니라, 계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우리 군의 소행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군은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않아 왔다.
아울러 우리 군이 추가적인 돌발을 막기 위해 감시·경계작전 등 대비태세 임무 이외의 부대 이동을 당분간 합동참모본부 통제하에 실시하기로 하면서, 부대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우리 군의 훈련이 위축될 가능성이 나온다.
대북 공조체제를 구축 중인 미국 및 일본과의 연합훈련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계엄 사태로 인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방한을 취소했고,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의 연내 방한도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카자흐스탄, 스웨덴 등 다른 국가들의 국방 수장들도 방한을 취소하거나 미루면서 국방·방산 협력의 끈이 느슨해지고 있다.
특히, 국방부와 합참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형식상으론 윤석열 대통령이 있고, 탄핵소추 의결에 따라 권한행사가 정지된 것도 아니다"라며 "군 통수권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한 후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오는 14일 오후 윤 대통령이 탄핵당해 직무가 정지된다면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양 위원은 "현재 군은 계엄에 휘말려 자신감을 모두 잃은 상태"라면서 "새 국방부 장관을 빨리 취임시켜 관련된 지휘부를 전원 경질한 후에 발 빠르게 스스로를 다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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