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 "'계엄 사태' 시진핑 방한에는 영향 없을 것"[황재호가 만난 중국]
쉐리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교수 인터뷰
"尹 계엄 선포, 성급한 오판·국회 경시"
(서울=뉴스1)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하는 돌발사태가 발발했다. 이로 인해 한중관계의 회복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중관계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여러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는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계엄령 혼란'을 포함한 향후 한중관계 전반에 관련해 중국의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쉐리(薛力) 박사는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교수이자 연구원이다. 국제전략, 중국외교, 동아시아질서, 일대일로 등을 연구하고 있다. 환구시보, The Diplomat 등 시사지에 평론 400여 편을 발표했다.
-한국의 계엄령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결정은 너무 성급했다. 인격이 운명을 결정하는데, 이번 계엄령과 관련된 주변 핵심 인사들을 보면 이들도 사전에 몰랐거나 반대했던 것이 분명하다. 판단력 측면에서도 그는 국회 야당의 제약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계엄령이 한 방법으로서 강력한 '집행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는 상황을 분명히 잘못 판단한 것이다. 협치라는 측면에서도 그는 국회를 경시했다.
-계엄령 논란이 단기적으로 한중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계엄령 사태 자체는 한중관계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더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까지는 미일에 지나치게 호의적이며, 한미일 3국의 정치-안보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일본과 '전략적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중 정치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가장 중국에 거리를 두는 한국 대통령이다. 이는 분명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이외의 국가와의 협력 강화는 미국의 유럽, 해양,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동맹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선택한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도 비슷한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는 중국, 일본 정상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참석 여부는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2018년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 전례가 있다.
-시 주석 방한 계기 한국 내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한한령'을 해제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으므로 '해제'와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내 공연과 한국 영화 및 TV 프로그램의 중국 내 방영이 확실히 줄어드는 등 중국 내 한류 영향력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여하튼 향후 양국 국민이 더 많은 교류와 교류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의 해외 쇼핑에 대한 관심은 감소하는 반면, 현지의 특색을 체험하는 심층적이고 특별한 여행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 문화관광 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이 한국을 비자 면제 국가 목록에 포함시킨 것을 어떻게 이해하나.
▶한국과의 인문 교류를 촉진하는 것은 중국과 한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며 비자 면제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물론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쟁 전략을 추구하고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을 배경으로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 및 문화 협력을 강화해야 할 새로운 동력과 필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중국이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를 발표하는 주된 이유는 아니다.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9개 국가에 대한 비자 면제를 발표한 시점이 11월 2일이고, 미국 대선이 11월 5일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8개 국가는 유럽 국가이다. 그리고 일본을 포함한 9개국에 대한 비자 면제 발표는 11월 30일에 이뤄졌다. 이는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내년 1월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의 딜레마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신(新)고립주의의 대표주자로 국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큰 관심이 없다. 일부 국제 문제에만 선별적으로 개입하되, 특히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 더 큰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미군 기지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더 많이 지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만큼 미국, 일본, 한국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도록 추진하는 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서 한국은 반드시 더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움직일 수 없는 이웃이며, 양국은 서로 더 잘 지내야 한다. 한국이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외교를 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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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한중관계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고위급 소통을 비롯해 민간 교류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그러나 양국 국민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여전히 낮은 듯하다. 중국에서 직접 중국 사람들을 만나 찾은 '숨겨진 시선'을 중국 전문가인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