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국면에 '외교 올스톱'…상대국에 제시할 '로드맵' 절실
'국가 정상' 권한 없는 한동훈-한덕수 2인 체제로는 정상적 외교 불가능
상대국에 '대통령 퇴진 계획' 날짜까지 정확하게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정부·여당이 대통령의 직무 정지 없이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 행사 없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실 외교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조치로, 외교가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9일 제기된다.
당장 외교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주체가 누가 될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내린 결정을 상대 국가가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대통령과의 소통을 통해 '결정'을 받아 이를 상대국에 전달한다면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바로 어기는 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이 외교부와 함께 윤 대통령 퇴진의 구체적 '로드맵'을 외교 상대국에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적어도 상대국이 한국과의 중요한 외교적 소통이나 결정을 언제까지 보류하면 되는지, 그 과정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의 수준은 어디까지로 하면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로드맵이 야당과의 합의를 거쳐 '매우 디테일한 내용이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결정돼 상대국에 공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과정이 없을 경우 한국 외교에 대한 신뢰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1월 20일 트럼프 2기의 공식 출범을 시작으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거쳐 11월 경주 개최가 확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1년 내내 굵직한 외교 이슈가 예정돼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트럼프 2기의 출범이다. 한미동맹의 특성, 현재 북한 관련 동북아 정세 등을 감안하면 한미 정상의 첫 회동이 중요한데 이것이 당장 불가능하게 됐다.
한덕수 총리가 법적으로 대통령의 권한 대행이 아닌 상태에서 미국이 한 총리와의 만남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것도 한국 내 여론과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선 '대통령 임기 단축 로드맵'에서 국정 운영 '정상화' 시점의 날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대통령 조기 퇴진'에서 '조기'의 개념이 자의적일 수 있어 보다 선명한 일정을 제시해야 와교 상대국과의 소통이 원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재로선 우리의 상대국에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언제 만나야 할 지를 상정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대통령은 물론 국가안보실 시스템도 사실상 멈춰 있는 상황"이라며 "'시간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양자관계는 물론 다자 간 특정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은 계속 배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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