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힘 실은 '한일관계 레거시'…비상계엄에 차질 불가피

'사도광산 추도식' 등 악재 누적 와중에 비상계엄 변수
日언론 "내년 총리 방한 영향 줄 수도"

비상 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대기중인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한 뉴스를 보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국내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사도광산 문제로 악화된 한일관계에 또 악재가 될 가능성이 5일 제기된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가 한일관계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율 중이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방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자 보도에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고, 교도통신도 한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향후 상황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는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의 탄핵 국면으로 번질 가능성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치바나 게이치로 내각 부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의 방한을 비롯해 한일관계 전반에 대해 "정세를 주시하면서 적절히 판단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이 취소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한일관계 관련 일본 측의 기류가 '극도로 조심'하는 방향으로 잡히는 듯하다.

일본 정부는 당분간 한국의 여론과 탄핵 국면의 추이를 살피며 '소극적 외교' 기조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1.1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한일 양국은 최근 일본의 무성의로 '사도광산 추도식'이 우리 측은 불참하는 반쪽짜리 행사로 진행되는 등 과거사 문제를 여전히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은 국내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먼저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역점 외교사업으로 추진해 온 것이다.

우리의 강제동원 문제 해법 발표 이후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수출규제 해제 등 외교 성과를 냈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우리가 줄곧 요구하고 있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은 이행되지 않고 있고, 이는 여론 악화 요인이 돼 정부의 부담감도 가중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번 계엄 및 탄핵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일본 총리의 방한은 물론이고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도 '로키(low key)'로 진행하거나, 아예 힘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사실상 다 집어넣어 한일관계 개선을 만들었다"라며 "그러나 한일관계는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지뢰가 또 터지면 이번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