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도 비핵화·북미관계 답보 가능성…'韓 패싱' 유의해야"
이상규 KIDA 연구위원 "북미, 상징적 성과 도출에 중점둘 듯"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내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모두 성공적으로 달성할 가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북미의 대화 과정에서 한국을 '패싱'하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의 이상규 연구위원의 '미국 대선 후 북핵문제 전망과 우리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북핵 문제가 고조된 후 협상이 진행됐던 경험을 볼 때 향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이 미국의 외교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종전될 경우 북한이 '경제적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에 적극적인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북미 간 협상 시나리오 중 완전한 비핵화도 이뤄지지 않고 북미 간 제도적 관계 개선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실현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주요 도발을 자제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상징적인 외교 재개를 시도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이 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관계 개선보다는 양측이 외교적 이미지를 관리하고 상징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확대, 트럼프의 임기(4년)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고, 서신 교환은 가능하겠지만 이벤트성 정상회담은 성사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북미 회담이 성사되는 상황에서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대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의 이슈가 한미 간 갈등 요인으로 대두될 경우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참여가 불확실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단기적 착시 현상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거나 도발을 자제하는 모습으로 인해 평화가 유지될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실질적 비핵화나 진정한 의미의 군사적 위협 해소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완전한 비핵화 없이 북미 간 제도적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시나리오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북한이 핵탄두와 핵물질을 일부 보유하도록 허용하고 단거리 미사일 보유를 인정하는 제한적인 비핵화 조치나 군축 협상이 예상된다.
그는 "북한이 전술 핵무기와 단거리 미사일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에 여전히 노출된 상태가 된다"라며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훼손될 것이고, 이러한 우려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한미동맹의 분리로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자세에 대해서는 "북미 간 협상이 한국을 배제한 상태로 진행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한미 정상 및 외교당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주변국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지지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단순히 트럼프의 임기 4년을 버틴다고 해서 미국의 정책 방향이 한국에 유리하게 변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라며 "한미동맹의 핵심인 안보와 경제문제는 상호 연결돼 있어 개별 이슈만을 따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포괄적인 거래를 통해 두 나라의 이익을 균형 있게 맞추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hg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