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동향 빨라지는데…중동 사태·美 대선에 미적지근한 서방

"서방 관점서 북한군 투입, 중대 사안 아냐"…韓과 온도차 뚜렷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한 북한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도 국제사회와의 공동 대응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서방의 관심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27일 나오고 있다. 서방은 북한의 참전을 전황을 바꿀 요인보다는 러북 간 불법적인 군사 협력의 강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북한군의 우크라전 참전을 처음 확인했다. 총 1만~1만 5000명가량의 병력이 러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북한이 다른 나라의 분쟁에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것은 처음으로 곧바로 국제사회의 큰 파장이 일었다.

정부는 이번 사안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공동 대응 전선을 꾸리고 있다. 이미 사태 초기부터 나토와의 정보 공유를 통해 북한군의 이동을 확인했고, 전날에는 국정원·군·외교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나토 본부를 방문해 나토와 EU(유럽연합) 국가들을 상대로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사안을 대하는 서방의 관점은 우리와 온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일단 미국이 이 사안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일각에선 이것이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진출을 초기에 막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고 보기도 한다.

우리의 입장에선 북러 간 군사 협력이 무기나 기술 거래를 넘어 파병과 실제 전투 참전이라는 사례까지 남을 경우 향후 러시아가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까지 열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반면 서방은 북한군의 참전을 아직은 '용병 투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북한의 경제적 이득을 위한 조치이며 북러의 정치적 밀착을 위한 조치 이상으로 보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국정원이 1만~1만 5000여 명으로 예측한 최종 파병 병력이 우크라이나전의 전황을 바꿀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 이러한 관점이 서방국가들의 상황 판단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군이 특수부대 병력을 러시아로 이동시킨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1만 5000여 명 전부가 특수부대원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 운용을 위한 인력과, 전후 복구 지원 인력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 대선이 초박빙 양자 구도로 전개되고 있어 미행정부가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불거진 중동 사태는 우크라전에 비해 급박한 정세 변화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서방국가들의 관심이 아직은 중동에 더 쏠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대선 이슈에 집중하는 가운데 서방은 북한군의 참전이 전장의 양상을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 요인으로는 간주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라며 "전쟁의 관점에서 러시아에 투입되는 용병들이나 북한군이 더 큰 위협을 생성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신승기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군의 참전에 따른 서방의 대응을 두고 "앞으로 한 달이 중요할 것"이라면서 "북한군의 역할과 투입에 따른 파장의 수준이 가시화돼야 나토 등을 통한 대응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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