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파병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푸틴 만나 침묵한 시진핑

러시아·북한 향한 中의 '입김' 주목 받는 상황
'북중러 3각 밀착'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입장일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환영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10.2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태로 북러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그는 정중동 행보만 보이고 있다. 당사국인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서도 이번 사태를 진화하기 위한 '입김'을 발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을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양측은 올해가 '중러 수교 75주년'(10월 2일)인 만큼 '변함없는 우호'를 강조하는 데 입을 맞췄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만남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5월과 7월에 이어 이번까지 2~3달 간격으로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현재 세계는 백 년 만의 대변혁의 시기에 있고 국제 정세는 복잡하게 얽혀 변하고 있다"라며 "중러 양국의 세대를 이어온 깊은 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인류를 위한 대국의 책임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우리는 세계 안보와 정의로운 세계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다자 플랫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중러관계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다만 양국은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서 두 정상이 어떤 의견을 교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고, 중국 외교부는 공동 관심사인 주요 국제,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지만 상황에 따라 아예 관련 논의가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상회담 결과 발표와 관련해선 양국 정부가 민감한 부분에 대해 사전 조율을 거치기 때문에 북한 관련 논의가 있었어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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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중국이 현 사태가 제기된 논란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보거나, 반대로 사안이 심각해 중국이 깊게 연루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 탓에 나온 결과라고 추정할 수 있다.

중국이 북러 양측이 양자 밀착을 위해 진전시킨 사안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만으로 '북중러 3각 구도'로 묶이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과 러시아가 3자 합동 군사훈련을 제안했을 때도 이를 거절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동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중러, 중북 양자관계는 챙기지만 3자 밀착은 피하며 국제사회의 우려와 거리를 둔다는 중국의 외교 전략은 그 이후에도 두드러졌다.

북한군의 파병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 발휘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은 사안이 가장 뜨거울 때는 일단 피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오히려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일부 발을 들이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문제가 언급이 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당연히 대외 발표를 할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러와 3자 협력은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양자관계 우선으로 역내 문제를 풀려고 한다"라고 진단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