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침묵이냐 고민이냐'…'병력의 전선 이동'이 사태 심화 관건

파병은 '가짜뉴스' 입 맞춘 북러…美는 "조만간 입장 발표" 예고
中의 대북, 대러시아 영향력 발휘 여부도 관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건의 '분기점'은 북한의 병력이 실제 전선으로 이동해 전투에 참여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검토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부의 살상무기 지원 및 인력 파견 등 '추가적인 대응 조치'를 결정하게 되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22일 나온다.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건을 공식 확인한 뒤에도 현재까지 '맞대응 조치'를 내놓진 않고 있다.

일단 이 사안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결집'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대북, 대러시아 제재를 위해 가장 필요한 핵심 국가인 미국이 공식적으로 이번 사안을 확인하지 않고 있고, 중국의 입장 역시 아직은 모호한 상황이다.

아울러 이미 불법 무기 거래 등 북러 군사협력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가 있는데, 북한군이 실제 전선에 이동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선 추가 제재를 위한 컨센서스를 모으기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문에 '북한 병력의 전선 이동'이라는 물리적 동향이 정부와 국제사회의 '다음 스텝'을 위한 근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군의 파병 목적이 좀 더 선명하게 확인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건물 침투 훈련 중인 북한 특수작전부대.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현재까지 우리 국가정보원이 밝힌 북한군의 파병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렘린궁은 21일(현지시간) "북러 협력은 주권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우리 국가정보원의 정보가 "미국 국방부가 확인할 수 없다고 한 내용"이라며 '전략적 메시지'를 내는 일종의 심리전을 펼쳤다.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전날 초치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도 "북러 간의 협력은 국제법의 틀 안에서 이뤄지며 한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북한군의 파병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대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북한도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고 밝히면서다.

다만 북러 모두 '파병'이라는 언급 자체를 피하고 '북러 군사 협력'이라는 광의의 주제에 맞춰 입장을 내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노비예프 대사도 전날 외교부로 초치 됐을 때 북한군 파병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확인은 하지 않으면서 포괄적인 군사 협력에 대한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도 파병과 관련한 우크라이나 대표부의 발언에 답변 형식으로 발언하면서도 파병을 언급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북러 양측도 이번 파병 사건이 조기에 불거진 것에 대해 나름의 대응 수위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당초 러시아 국적자로 신분을 속인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되는 것을 목표로 파병 협의가 이뤄졌으나, 이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계획' 자체에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의 파병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파병으로 얻을 '이익'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러시아 쪽에서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투입될 경우 직면할 제재 수준을 우려해 북러 모두 무기 지원에 더 방점을 두고 인력의 전투 투입은 한 발 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현재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에 있어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제는 아직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의 북한군 파병에 대한 '공식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백악관은 21일(현지시간) "관련 보도 등에 대해 여전히 조사 중"이라면서 "며칠 내로 미국의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의 입장이 정리되는 것을 전후로 국제사회가 전략적으로 중국의 '대북 및 대러 영향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러시아가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북아 영향력이 확장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이미 러시아와 북한을 상대로 모종의 물밑 소통을 진행 중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tiger@news1.kr